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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민주당은 얼마나 절박한가 [아침햇발]

등록 2023-11-21 17:54수정 2023-11-22 02:44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지난 20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지난 20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혜정│논설위원

10·11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이후 정국 주도권은 참패 당사자인 국민의힘으로 오롯이 넘어간 모습이다. 국민의힘의 ‘인요한 혁신위원회’는 혁신 내용을 떠나, 일단 당 안팎의 논쟁을 주도하며 여론의 주목도를 높이는 데는 성공했다. 여기에 여당은 오직 총선만을 겨냥한 ‘서울 김포 편입’ ‘공매도 금지’ ‘일회용품 규제 연기’ 등 물량 공세를 쏟아내면서 정국을 뒤흔들고 있다. 원래 선거에서 패배한 쪽이 바빠지긴 하지만, 총선을 앞두고도 압승이 무색하게 더불어민주당의 존재감이 희미해진 것은 이례적이다. 민주당은 선거 직후 자신들의 승리가 아니라고 몸을 낮췄는데, 지난 40일간 실제로 한 일이라곤 ‘몸을 낮춘 일’밖에 없는 것 같다. 여당의 혁신 논쟁에 밀려 민주당은 악플보다 무섭다는 ‘무플’ 단계로 들어선 모양새다.

최근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모두 총선기획단을 띄우며 총선 준비에 들어갔다. 여당 혁신위의 목표 역시 총선 승리를 위한 밑돌 깔기다. 혁신위의 윤핵관·지도부 험지 출마 요구는 국민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기득권 포기와 맞닿아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집토끼’ 결속을 위해 자신이 구속한 박근혜 전 대통령을 두 차례 만나 머리를 조아리고, 국회에선 야당 의원들과 눈을 맞추며 쓴소리에도 “경청”을 거듭 언급했다. 여당은 노골적인 부동산 욕망을 자극하는 ‘메가시티 서울’ 이슈 등을 총선까지 밀어붙일 태세다. 정책의 후과를 고려하지 않은 무책임한 발상이지만, 바꿔 말하면 표만 얻을 수 있다면 무슨 일이든 하겠다는 선전포고로도 읽힌다. ‘총선 패배=식물 대통령’이라는 것을 윤 대통령이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일 것이다. 남은 5개월 동안 윤 대통령이 마음먹고 던질 수 있는 카드는 수없이 많다.

반면, 민주당은 자체적인 ‘태평성대’를 구가하는 중이다. 올해 들어 민주당의 도덕성에 치명타를 입힌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과 ‘김남국 코인 사태’로 재창당에 준하는 혁신을 약속했지만, 이후 쇄신 논의는 자취를 감췄다. 대신 강서구청장 압승의 기억이 ‘윤석열 심판론’과 ‘반윤연대’로 수렴되며 민주당의 핵심 전략으로 자리잡고 있다. 총선 전략을 짜는 총선기획단은 친명계 독식 외에는 ‘누구를 위해 무엇을 하겠다’는 메시지를 내는 것인지 알기 어렵다. 국토균형발전 대의 아래 수도 이전까지 추진했던 정당이 ‘메가 서울’ 이슈가 터졌는데도 표 계산에 미적대다 대응 타이밍을 놓쳤다. 수없이 사과하고 국민 앞에 여러 차례 약속했던 위성정당 방지 등 선거제 개편 논의는 ‘현실론’을 앞세워 소극적 태도로 일관한다. 눈앞의 이익에 골몰해 명분도 실리도 놓치는 일이 잦아진다. 당내 이견을 허용하지 않는 분위기는 더욱 심해지고 있다. 당무 복귀 일성으로 통합을 강조한 이재명 대표는 강성 지지층이 비명계 의원들을 찾아다니며 집단 괴롭힘을 계속하는데도 적극적인 조처를 하지 않는다. 소속 의원 4명이 ‘원칙과 상식’ 모임을 결성해 도덕성과 당내 민주주의 회복, 비전 정치 등 혁신을 요구하고 나섰지만, 주류 쪽은 이를 포용하기는커녕 ‘공천 보장하라는 투정’ 정도로 폄하한다. 공격적인 의제 설정도, 신뢰 회복을 위한 혁신도 모두 사라진 자리에 채워진 것은 ‘200석 압승’ 등의 근거 없는 낙관주의다. 다음달 초 검사 탄핵을 시작으로 ‘검찰과의 전쟁’을 본격화해 정권 심판론을 총선까지 끌고 가겠다는 계산을 내비치고 있다.

민주당은 2021년 서울시장·부산시장 보궐선거부터 2022년 20대 대선과 지방선거까지 전국 단위 선거에서 내리 3연패했지만, 국민 신뢰를 어떻게 회복할 것인지를 당 차원에서 깊이 있게 논의한 적은 없었다. 지난 강서구청장 보선 승리 역시 상식 밖 공천을 비롯한 윤석열 정부에 대한 국민적 반감에 민주당이 ‘무임승차’한 것이었다. 하지만 민주당이 싸울 대상은 5개월 뒤의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이다. 총선을 위해서라면 뭐든지 하겠다는 절박함으로 무장한 이들을 ‘심판론’만으로 맞서겠다는 것은 한가하고 게으른 전략이다. 지난해 지방선거 직후 꾸려진 ‘새로고침위원회’는 당의 낡고, 기득권에 매몰된 모습에 기존 지지층마저 이탈 조짐을 보이고 있다며 “변화와 혁신, 정치 개혁, 도덕성, 세대교체 등에 대해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고 제언했다. 답은 나와 있고 결국 실행이 문제다. 윤석열 정부의 실책에 의존하는 ‘반사이익’ 전략을 고수하는 한, 내년 4월 총선의 심판론은 정부·여당이 아닌 민주당을 향할 수 있다.

id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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