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티이미지뱅크, 그래픽 장은영 soobin35@hani.co.kr
그레타 툰베리 | 스웨덴 청년 환경운동가
우리는 비상사태에 처했다. 올해는 가장 더운 해로 기록되었다. 모든 생태계가 무너지고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다. 그 와중에도 전세계 부유층은 계속해서 부를 축적하며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인류와 지구를 착취하고 있다.
옥스팜이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에 맞춰 지난 20일 발표한 보고서 ‘기후 평등: 99%를 위한 지구’(Climate Equality: A planet for the 99%)는 이 두가지 문제가 서로 다른 문제가 아님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기후 붕괴와 불평등은 서로 연결되어 있으며 서로에게 연료를 공급한다. 하나를 해결하려면 두가지 문제를 모두 극복해야 한다.
지금 우리가 목격하고 있는 현실은 인간의 온실가스 배출로 인한 기후 변화의 시작에 불과하다. 온실가스 배출과 그로 인한 피해에 우리 모두에게 똑같은 책임이 있는 것은 아니다.
전세계 인구의 가장 부유한 1%는 가장 가난한 3분의 2가 배출하는 만큼 많은 탄소를 배출하고 있다. 이들은 호화로운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지구의 자원을 탈취하고 있다. 전용기를 타고 짧은 여행을 다녀오면 일반인이 1년 동안 배출하는 탄소보다 더 많은 탄소를 배출한다. 그들은 탐욕의 제단에서 우리를 희생시키고 있다.
옥스팜 보고서는 기후위기를 초래하는 데 가장 적게 기여한 사람들이 가장 큰 고통을 받는 불합리한 현실을 보여준다. 반면 가장 크게 기여한 사람들이 가장 적은 고통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
부유층은 자신들이 초래한 (기후위기로 인한) 피해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다. 그들은 에어컨이 설치된 여러 채의 집으로 대피할 수 있다. 그들은 피해로부터 자신들의 재산을 스스로 보호할 수 있다. 반면, (기후위기) 최전선에 있는 사람들은 부자들의 과소비로 인한 가뭄과 홍수, 지독한 더위로부터 피할 곳이 없다. 부와 권력을 가진 사람들은 어떤 생명은 다른 생명보다 더 가치가 있다고 스스로 확신하고 있다. 그들에게 다른 생명은 더는 중요하지 않다.
기후위기에 가장 큰 책임이 있는 사람들, 주로 백인 특권층 남성들은 우리를 기후위기에서 벗어나게 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사람들이기도 하다. 나는 유엔, 세계경제포럼, 글로벌 기후협상 등 전세계 권력이 모이는 맨 앞줄에 앉을 기회가 있었다. 이곳에서 나는 지구를 파괴하는 사람들, 기후위기의 핵심에 있는 사람들, 화석연료에 막대한 투자를 한 사람들, 가장 큰 부를 가진 사람들이 바로 우리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의존해야 하는 사람들이라는 사실을 눈으로 직접 확인했다.
이렇게 많은 것이 위태로운데 왜 우리는 이들에게 문제 해결을 의존해야 하는 걸까? 그들은 인간과 지구보다 탐욕과 단기적인 경제적 이익을 우선시하는 모습을 수없이 보여줬는데 왜 그들이 책임자일까? 진전이 더딘 것은 당연한 것 아닐까?
우리는 이 불평등을 끝내야 한다. 현재 우리가 시행하고 있는 정책으로는 이번 세기말까지 지구 평균 기온이 (산업화 이전보다) 3.2도 상승할 것이다. 분명 재앙을 초래할 것이다. 지구에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최소화할 기회를 얻으려면 지금 당장 선택해야 한다. 모든 미래 세대를 위해 환경을 보호하느냐, 아니면 소수의 부자가 파괴적인 생활 방식을 유지하고 단기적인 경제 성장과 주주 이익에 초점을 맞춘 경제 시스템을 유지하도록 내버려두느냐 선택해야 할 때다.
우리는 이 위기의 원인에 대해 스스로를 교육해야 한다. 우리 사회의 운영 방식에 있어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와야 한다. 유한한 지구에서 무한한 성장을 추구하는 것은 이제는 중단해야 한다. 더 큰 책임을 가진 사람들이 더 큰 대가를 치르도록 해야 한다. 궁극적으로 지구와 모든 인류를 우선시하는 평등한 사회로의 전환을 향해 나아가야 한다.
※오는 30일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개최되는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를 앞두고, 국제구호개발기구 옥스팜은 최근 세계 소득 1% 최상위 부유층이 배출하는 탄소량이 세계 최빈곤층 50억명이 배출하는 탄소량과 맞먹는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전세계 지도자들에게 기후위기에 대한 즉각적인 조치를 촉구해온 스웨덴 청년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가 보고서 발간을 계기로 쓴 글을 옥스팜이 보내와 싣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