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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백승종의역설] 황윤길의 경고

등록 2008-12-12 19:37

백승종 경희대 객원교수
백승종 경희대 객원교수
백승종의역설
임진왜란 직전이었다. 일본에서 돌아온 황윤길이 그들의 침략에 대비하자고 말했다. 그때 조정에는 서인 황윤길의 견해를 지지해줄 대신이 거의 없었다. 동인들의 세상이었다. 그래도 황윤길은 일본의 침략 의도가 명명백백했기 때문에 자신에게 쏟아질 비난을 무릅쓰고 일본 현지 사정을 소상히 보고했다. 그와 함께 다녀온 동인 김성일의 정세 판단은 딴판이었다. 선조와 조정 대신들은 별일 없을 거라는 김성일의 보고를 믿기로 했다.

집권층인 동인들도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침략 가능성을 어느 정도는 짐작했을 테지만 일부러 모른 척했다. 외침에 대비하려면 백성들이 싫어하는 여러 조처를 단행해야만 되었기 때문이다. 세금을 올리고, 농사짓는 백성들을 끌어다 억지로 군사훈련을 시켜야 할 판이었다. 그러면 인심이 흉흉해질 것이 틀림없었다. 우선 먹기는 곶감이 달다. 집권층의 얄팍한 정치적 계산이 황윤길의 예리한 판단을 짓밟았다. 잠시 끊겼던 궁중의 풍악이 다시 이어졌다. 그러나 그들의 눈가림이 오래가지는 못했다. 조선은 결국 아무 준비도 없이 수십만 왜군의 침략을 당했다. 사태를 오판한 조정 대신들은 대부분 명종 때 쫓겨났다가 선조 때 복귀한 선비들이었다. 돌아온 그들은 잃어버린 세월을 만회하려고 나름대로 노력했겠지만 엄밀히 말해 내실이 별로 없었다. 근거 없는 낙관론과 임시방편이 전부였다.

왜란으로 조선은 국고가 텅 비고 민생도 파탄났다. 침략전쟁을 일으킨 일본의 책임도 막중했지만, 조선 집권층의 탓도 적지 않았다. 그들의 무사안일이 나라를 망쳤다. 질곡의 역사를 연출했다.

시중에는 3월 위기설이 한창이다. 미네르바에 이어 외국 전문가들도 한국 경제의 앞날을 경고한다. 이상한 것은 정부 여당의 태도다. 큰 걱정이 없다며 무사태평이다. 최저임금제까지 희생의 제물로 삼아 강부자 살찌우기에만 급급하다. 황윤길의 경고를 깡그리 무시한 동인들을 닮았구나. 그들의 안일과 오만에 민생이 거덜난다.

백승종 경희대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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