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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백승종의 역설] 우리들의 메르켈

등록 2013-01-14 19:29

백승종 역사가
백승종 역사가
앙겔라 메르켈은 통 큰 정치가다. 그는 반대파의 개혁정치를 공개적으로 칭찬했다. 후쿠시마 사태가 일어나자 아집을 꺾고 핵발전소의 폐쇄를 결정했다. 그가 총리로 선출되었을 때 독일은 ‘독일병’에 걸려 있었다.(2005) 메르켈 총리는 ‘8대 개혁 정책’으로 기사회생의 역전극을 펼쳤다. 그러자 경제성장률은 다시 3%를 넘었고, 실업률도 4%로 잡혔다. 덕분에 재선의 벽도 그에게는 종잇장에 불과했다.

사실 그는 아웃사이더다. 이혼 경력의 동독 출신 여성, 정치와는 거리가 먼 물리학도 메르켈. 촌스럽고 유약한 이미지의 그는 평가절하되기 일쑤였다. 잘나갈 때조차 사람들은 그를 헬무트 콜 총리의 ‘정치적 양녀’라며 수군거렸다. 기독민주당이 정치자금 스캔들로 초토화되자 당권이 그의 수중으로 넘어갔다.(1999) 동료들이 그를 우습게 여긴 덕분이었다.

그러나 메르켈은 조롱당할 사람이 아니었다. 그는 일반의 예상을 깨고 자신의 정치적 대부였던 콜 총리를 일거에 은퇴시켰다. 절망한 풀뿌리 당원들에게는 새 희망을 불어넣어 압도적 지지를 받았다. 전쟁의 잿더미에서 독일을 부흥시킨 아데나워 총리를 연구해 자신의 정치철학을 세웠다. 찌질한 동독 출신 촌뜨기라는 조롱은 옛말이 되었다.

메르켈의 힘은 어디서 오는가. 차별과 감시 속에서 길러진 배짱과 지혜다. 본래 그는 함부르크의 유복한 개신교 목사의 큰딸이다.(1954) 모두가 동독을 탈출하고자 발버둥치던 시절, 그의 아버지는 자원해서 동독으로 넘어갔다. 탄압받는 신자들과 함께 고통을 나누고자 사지를 선택했던 것이다. 아버지의 결단으로 메르켈의 청소년기는 어둠에 휩싸였다. 바로 그 역경이 오늘의 메르켈을 키웠다.

그에게도 흠은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하루아침에 정치적 대부와 핵발전소를 내버린 그 결단, 독일병을 이긴 그 지혜가 부럽다. 우리는 이 몹쓸 한국병을 치유하고 생태평화를 구현할 ‘그 사람’을 애타게 기다린다. 무늬만의 메르켈은 사절한다.

백승종 역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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