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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백승종의 역설] 패러다임의 전환

등록 2013-01-28 19:30

백승종 역사가
백승종 역사가
영국인 토머스 모어는 <유토피아>를 통해 현실의 질곡에서 벗어나고자 하였다.(1516) 17세기 조선의 유형원이란 선비 역시 한평생을 이상사회의 청사진을 그리는 데 바쳤다. 그는 전라도 부안에 칩거한 끝에 <반계수록>을 완성하였다.(1670) 이 책의 핵심은 사회적 특권과 차별의 영속화를 저지하는 것이었다. 권력과 부가 대물림되는 악순환을 극복하고, 기회균등의 새 세상을 여는 것이 유형원의 꿈이었다.

유형원이 가장 반대한 것은 당시의 노비제도였다. 그는 노비제도의 완전한 소멸을 바랐다. 그러나 기득권층인 양반들의 반대로 인해 그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당시 전체 인구의 30%를 차지하였던 노비는, 농토와 더불어 양반들의 특권을 보장하는 수단이었다. 오늘날 많은 역사가들은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등 사회적 혼란을 겪으며 신분제도가 크게 무너졌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유형원이 목격한 현실은 전혀 달랐다. 그는 노비의 수적 증가로 상징되는 이를테면 양극화 현상과 그것의 고착화를 걱정하였다. 사회정의의 실종이야말로 시대적 화두였던 셈이다.

고심 끝에 그는 정치·경제·사회·문화를 아우르는 방대한 제도개혁안을 만들었다. 미국의 제임스 팔레 교수는 그 연구에 자신의 노년을 바쳤다. 유형원은 지주제를 타파하고 소농 위주의 사회를 건설하고자 하였다는 결론이다. 내 방식으로 말하면 표현이 달라진다. 누구에게나 기본소득이 보장되는 사회, 지역 차별과 신분의 세습이 사라진 새 세상이 유형원의 지향점이었다고 본다. 교육의 기회균등이 보장되어 누구라도 자신의 소질과 능력에 따라 미래를 개척하는 성취 사회였다는 말이다.

유형원의 개혁안은 경세학(經世學)의 물꼬를 텄다. 이익을 비롯해 안정복과 정약용 등이 그 뒤를 이었다. 그러나 그들도 기득권층의 위세를 이기지 못했다. 지금 우리는 또 ‘99 대 1’ 사회의 불의를 논한다. 패러다임의 전환이 요구되는 시점인데, 혹시 당신이 그 유형원인가?

백승종 역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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