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오피니언 칼럼

[백승종의 역설] ‘쟁족’의 리더십

등록 2009-01-09 19:19

백승종 경희대 객원교수
백승종 경희대 객원교수
백승종의 역설
시대상황에 따라 요구되는 리더십이 다르다. 평시에는 세종과 정조의 리더십이 빛나지만 풍운이 짙어지면 이순신과 백범 김구의 리더십이 그립다.

조선왕조는 ‘견제와 균형’의 시스템이 완벽하게 작동한 덕분에 500년의 장수를 누렸다. 내부적 안정성이 탁월했던 반면 외부 충격에 몹시 취약했다. 조선의 이러한 약점이 가장 두드러졌을 때 백범은 동학의 한 지도자가 되었다. 그는 평민이 운동의 주체였던 동학에서 잔뼈가 굵었던 까닭인지 그의 지도력 역시 평민 중심의 사고에서 나왔다. ‘쟁족’(爭足)의 리더십이었다. 그것은 윗자리를 차지하려고 권모술수를 쓰는 ‘쟁두’, 곧 감투싸움이 아니었다. 쟁족은 힘들고 천한 일은 저마다 먼저 하려 들고 높은 자리 쉬운 일은 서로 사양하는 실천운동이다. 백범의 리더십은 솔선수범으로 부하들을 감복시킨 점에서 이순신과 통한다.

난세의 영웅이 되기를 꿈꾼 박정희는 이순신의 화신인 양 행세했지만 분명히 가짜였다. 그는 국론을 분열시킨다며 소통과 타협을 금지했다. 박정희가 제거되자 세종이 부활했다. 우습게도 전두환 정권이 대왕을 제 편으로 끌어당겼다. 이런 억지가 없었다. 그들의 군홧발 소리가 멀어지고 한국사회는 점차 민주화되었다. 그러자 세종이나 정조 같은 명군의 리더십이 다시 각광을 받았다. 백범의 쟁족운동도 관심을 끌었다. 그는 높은 자리를 굳이 사양하고 임시정부의 문지기를 자원했기에 다들 백범의 진정성을 그리워했다.

그러나 이 정권은 백범의 유산을 완강히 거부한다. 백범의 초상이 든 십만 원짜리 화폐의 발행을 흐지부지 뒤로 미루고, 백범이 주석으로 있던 임시정부의 정통성마저 부정한다. 백범은 쟁족의 정신으로 구국에 나섰지만 이 정권은 쟁두만 일삼는다. 정부는 비상경제상황실까지 차려놓았다지만 실제로는 온갖 악법을 무더기로 몰아붙이고 있다. 국회 폭력사태며 언론노조 파업도 근본적인 책임은 이 정부에 있다.

백승종 경희대 객원교수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많이 보는 기사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1.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2.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3.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4.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5.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