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문섭 서울대 교수 지구환경과학부
과학칼럼
오늘도 관악산은 많은 사람들로 북적인다. 언제부터인가 등산 인구가 늘더니, 지금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많은 사람들이 산을 즐겨 찾는다. 주말이면 어김없이 산을 찾는 분들도 많다. 그만큼 우리나라 산들이 사시사철 아름답다는 뜻일 게다. 하지만 우리가 산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나 한 번쯤 생각해보면, 별로 아는 게 없다는 사실에 놀란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우리나라의 어떤 명산에서도 그 산의 탄생이나 생성과정 등에 대한 설명을 찾아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몇 년 전 설악산을 방문했다가 크게 부끄러웠던 적이 있다. 수학여행 온 중학생들이 설악동에서 비선대 쪽으로 질주하고 있었는데, 그 이유가 단지 비선대에 다녀왔다는 도장을 받기 위한 것임을 알게 되었다. 우리가 있던 곳이 바로 설악산의 홍색 화강암과 화강반암이 함께 나타나는 매우 흥미로운 지역이어서 실망은 더했다. 수십 년 전 미국의 요세미티 공원에서 보았던 자세한 지질안내판에는 못 미치더라도, 설악산의 지질학적 생성과정에 관한 간단한 안내판이 아쉬운 순간이었다. 이후 지금까지 설악산에 대해 조금씩 연구하고 있는데 그 재미가 쏠쏠하다. 얼마 전엔 한국암석학회 주최로 열린 우리 명산 심포지엄에서도 발표했는데, 설악산이 동해의 생성과 밀접히 연계돼 있음을 보여주는 ‘약 2200만년’이라는 헬륨 연대를 얻었기 때문이다. 아시아 대륙에 붙어 있던 일본 땅이 분리되며 동해가 열릴 때 태백산맥이 융기했다는 학계의 오래된 주장이 과학적으로 처음 증명된 셈이다.
우리나라 산들은 지질학적으로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제일 흔한 산은 아마 화강암 산일 것이다. 설악산, 북한산, 속리산 등 이루 셀 수 없을 정도이다. 이들은 대개 1억~2억 년 전에 뜨거운 마그마가 천천히 식으며 만들어졌다. 화산활동도 격심했던 시절로 당시 우리나라에 살고 있던 공룡들도 많이 놀랐을 법하다. 두 번째로 지리산, 오대산, 청계산처럼 매우 오래된 변성암들로 이뤄진 산들이다. 화강암 산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풍화침식에 약해 완만한 능선을 만든다. 이들은 우리나라의 기반암을 이루는데, 나이가 자그마치 18억~19억년에 이른다. 마지막으로 빼 놓을 수 없는 산들이 바로 화산이다. 백두산, 한라산, 주왕산 등 명산들이 포함된다. 970년 무렵에 있었던 백두산 화산폭발 때는 화산재가 멀리 일본 홋카이도까지 날아가 1㎝나 되는 화산재 층을 만들어냈다고 한다. 인류 역사상 두 번째로 손꼽히는 엄청난 화산 폭발이 천년 전 우리나라에 있었다니 믿어지는가?
우리 명산들이 언제 태어나 어떻게 진화했는지에 대해서는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관심을 지닐 법하다. 하지만 이런 주제의 연구는 유감스럽게도 너무도 부족한 형편이다. 다행히 지난 11월 국내 처음으로 첨단 연대측정 장비가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에 설치되면서 새로운 계기가 마련되고 있다. 우리 명산의 생애를 자세히 밝힐 도구가 생겼기 때문이다. 게다가 한국지질자원연구원에서도 설악산에 대한 지질조사를 올해부터 시작할 예정이라 한다. 반가운 소식이다. 앞으로 비선대를 향해 달음박질하던 중학생들이 지질안내판 앞에서 설악산의 지질에 관해서도 얘기하는 날이 오길 기대해본다.
조문섭 서울대 교수 지구환경과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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