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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백승종의역설] 화물연대

등록 2009-06-19 18:20

백승종 독일 보훔대 한국학과장 대리
백승종 독일 보훔대 한국학과장 대리
최근 십년간 화물노동자들의 근무조건과 후생복지는 악화일로였다. 신자유주의의 팽배로 인한 지구적 현상이었다. 지난해 봄, 참다못한 유럽 각국 화물노동자들은 세금 감면과 정부 보조금 지원을 요구하며 파업투쟁을 벌였다. 그들보다 노동환경이 배나 열악한 한국 화물노동자들의 처지는 절박하기 짝이 없다.

몇 달 전, 화물연대 지회장 박종태씨는 일자리를 뺏긴 동료들의 복직투쟁에 나섰다가 극도의 절망감에 빠져 스스로 목숨을 버렸다. 최근에는 화물연대가 파업투쟁까지 벌였으나, 형편은 달라진 게 별로 없다. 정부는 화물연대를 노동조합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기존 방침을 고수한다. 따지고 보면, 화물노동자들은 겉보기만 자영업자다. 실제로는 사업자에게 철저히 종속된 특수고용자에 지나지 않는다. 만약 이들이 노동기본권을 행사하지 못한다면, 이 땅의 노동법은 어디다 쓸 건가.

서구에서는 19세기 말부터 운송업 노동자들이 조합을 만들었다. 스웨덴에서는 이미 1897년에 운수노조가 가동되었다. 출발이 늦었던 미국도 1934년, 뉴욕에서 운수노조(TWU)가 결성됐다. 그때는 대공황으로 실업률이 25퍼센트나 되었다. 트럭기사 자리 하나에도 2만명이 몰리던 암울한 시절이다. 그래서 초기 미국 운수노조는 과격했지만 이념적 편향성은 점차 사라졌다. 나중에는 항공 및 철도 종사자들까지 노조에 편입되어 책임감 있는 사회세력이 되었다.

유럽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났다. 운수노조는 어업 종사자까지 받아줄 정도로 범위가 넓다. 그 활동도 노동자의 이익 보호에 국한되지 않는다. 노조는 유럽 통합을 촉진하고, 인종 및 성차별의 완화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 노조활동의 역사적 결실은 이런 것이다. 이 역사를 몰라서일까. 이 땅의 권력자와 보수매체는 노조라면 무조건 두드러기 증세부터 보인다. 그러나 두고 보라. 화물연대도 노조로 대접받고, 사회발전에 기여할 그날이 꼭 온다.

백승종 독일 보훔대 한국학과장 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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