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승종 독일 보훔대 한국학과장 대리
독재자 히틀러는 정부 안에 ‘국민계몽선전부’라는 새 부서를 마련했다. 언론자유를 박탈하기 위해서였다. 저들은 국민이 알아도 괜찮은 것과 안 되는 것을 멋대로 재단했다. 만약 정부 지시를 어기는 기자가 있으면 감옥에 잡아 가뒀고, 심하게 거슬리면 반역자란 누명을 씌워 총살했다. 요샛말로 어두운 공안정국의 연속이었다.
악명 높은 국민계몽선전부 장관은 괴벨스였다. <공격>이란 신문사 편집국장 출신인 그는 언론 통제의 천재였다. 그는 신문은 물론 방송, 연극, 영화, 음악, 문학 및 출판 등 문화계 전반이 여론 형성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아, 나치당에 대한 충성서약을 요구했다. 괴벨스는 협력자들에게 보상을 넉넉히 해주었다. 그러자 문화 각 분야 위원장 자리는 체제의 아부꾼들로 가득 찼고, 한 번 반체제 인사로 낙인찍힌 사람들은 설 자리를 잃어버렸다.
괴벨스는 정부정책 홍보에도 명수였다. 큰 거짓말일수록 국민들이 쉽게 속아 넘어간다고 확신했기 때문에, 그는 몇 번이고 거짓 선전을 되풀이했다. 중요한 것은 진실이 아니었다. “홍보는 국민을 영리하게 만드는 데 목적을 둔 것이 아니라, 성공으로 이끄는 것이다.” 이런 괴벨스에게 농락된 독일 국민은 제2차 대전의 소용돌이 속으로 빨려들어갔다. 그 결과는 잿더미요, 전쟁의 폐허였다.
물론 지난 일이다. 독일은 거듭났고, 그 기본법 제5조는 언론자유를 완벽하게 보장하고 있다. 그럼 과거 군사독재에 오래 시달린 이 나라 사정은 어떠한가. 어처구니없게도 시계가 거꾸로 돈다. 권력자들은 이른바 광우병 보도를 문제 삼아 방송 죽이기에 한창 열을 올리고 있다. 정부 여당이 하는 모양새로 보아 곧 언론법이 개정되고, 자유언론은 완전히 무릎 꿇게 될 것 같다. 심사가 불편하다. 그래서인지 볼테르의 말이 자꾸 생각난다. “당신 견해를 반대합니다만 그 의견 때문에 당신이 박해당한다면, 저는 당신 편에 서서 끝까지 싸우렵니다.”
백승종 독일 보훔대 한국학과장 대리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