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오피니언 칼럼

[백승종의역설] 인동초 김대중

등록 2009-08-21 18:26

백승종 독일 보훔대 한국학과장 대리
백승종 독일 보훔대 한국학과장 대리
우리 근현대사에는 풍운의 영웅들이 많았다. 그중에서도 각별한 흠모의 대상은 도산 안창호와 백범 김구 선생일 것이다. 이분들을 언급할 때면 우리는 관습적으로 “선생님”이란 칭호를 붙인다. 존경심이 가득 담긴 이런 칭호에 어울릴 만한 요즘의 정치가는 거의 없다. 며칠 전 돌아가신 김대중 전 대통령은 예외다.

그의 별명은 디제이(DJ)다. 하지만 그 삶이 고난의 역정이었기에 “인동초”라 불리기도 했다. 역대 독재정권 아래 가택연금을 당한 것이 6년 반, 여기에 감옥에서 보낸 세월이 5년 반, 국외로 쫓겨난 것도 3차례에 모두 3년이었다. 디제이는 최소 15년 동안 신체적 자유를 박탈당했던 것이다. 심지어는 내란음모죄를 뒤집어쓰고 사형선고까지 받았다. 우여곡절 끝에 그는 이 나라 대통령이 되었지만 그때도 사정은 복잡다단했다. 역사는 그에게 가혹한 시련만을 연거푸 강요했다.

산이 높으면 그림자도 길다. 그에 대한 사회 일각의 호된 비판은 끝도 없다. 위험천만한 급진주의자, 파벌정치의 괴수라는 매도, 권력욕의 화신이자 지역감정의 근원이라는 비난이 있다. 심지어 보수진영에서는 노벨평화상 수상조차 북한과 뒷거래를 통해 이뤄졌다며 의혹을 제기했으니, 중구난방이었다.

그가 평생을 바친 것은 민주화요 남북화해였다. 이런 업적을 세계 주요 언론과 학자들도 인정한다. 그는 죽음의 공포가 앞길을 가로막았을 때조차도 자신이 선택한 길을 꿋꿋이 걸어 나갔다. “행동하는 양심”의 외길 평생이었다. 불의에 작고한 노무현 전 대통령이 말했듯, 디제이는 투철한 “역사의식” 덕분에 그럴 수가 있었다. 역사의 흐름에 대한 통찰과 신념이 있었기에, 그는 역사의 난제를 회피하지 않았다. 이런 인물 다시 보기 어렵다. 그런데 이것은 어찌된 일? 올해 들어 우리는 역사의식 투철한 두 명의 대통령을 모두 잃었다. 민주화도 남북화해도 뒷걸음만 치는 요즘, 님들의 향기 더욱 그립다.

백승종 독일 보훔대 한국학과장 대리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많이 보는 기사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1.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2.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3.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4.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5.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