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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야!한국사회] 도대체 누가 이건희를 움직이는가? / 우석훈

등록 2009-12-16 20:55수정 2009-12-17 11:00

우석훈 2.1연구소 소장
우석훈 2.1연구소 소장
나한테 한국에서 가장 무서운 사람이 누구냐고 묻는다면 정몽구 회장을 댈 것이고, 그다음 무서운 사람은 이건희 전 회장을 댈 것이다. 나는 원래 현대그룹 출신이라 정씨 일가의 얘기에 대해서는 일반인들보다 많이 알고 있고, 그 내부 메커니즘도 어느 정도는 이해하는 편이다. 정 회장이 왜 무서운 사람인지는, 나중에 기회가 되면 아마도 그를 위해서 준비하는 별도의 책에서 밝히게 될 것이다.

정 회장 다음으로 무서운 사람은 이건희 전 회장이다. 물론 내가 이 전 회장을 무서워하는 것은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것과는 좀 다른 이유다. 나에게도 삼성경제연구소, 삼성지구환경연구소 같은 곳들이 동료 그룹이던 시절이 있었고, 내가 현대에 갈 수 있게 된 것은 삼성에 있는 사람들이 소개해주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내부의 일들과 작동 메커니즘도 어느 정도는 알고 있다. 그래서 아주 가까운 거리에서, 막 권력을 잡기 시작하던 시절의 그가 아버지 시절의 공신들을 어떻게 제거하고, 어떻게 정적들을 숙청하면서 내부 권력을 만들어나갔는지 관찰할 기회가 있었다. 이분, 아주 무서웠었다.

그런데 이런 이건희 전 회장을 움직이는 사람들이 누굴까? 그는 자신의 판단만으로 움직이는 사람인데, 그런 그가 남의 생각으로 움직이게 되는 경우는 많지 않다고 알고 있다. 자, 우리가 알고 있는 사건을 가지고 같이 유추해보자. 우리가 아는 사건은 평창이 겨울올림픽 유치에 두 번 실패했고, 그 과정에서 평창과 그 인근의 도로가 깔리는 곳에 땅투기를 한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이다. 외지 투기꾼과 강원도 내부의 토호들이 대부분일 이 땅투기꾼이 강원도 도청을 움직이고, 강원도 신문사를 움직이고, 지역 여론을 움직여서 결국 세번째 겨울올림픽 유치까지 갔다는 것은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것이다. 땅투기에 10년 정도는 보통이라서, 이번에 하나 다음번에 하나 “결국 대박이다”라는 메커니즘은 변하지 않는다. 대형 스포츠행사 유치의 경우 대개 지난 10년간 지역 경제에는 손해만 끼치고 투기꾼에게만 이익이 갔다.

여기까지는 우리가 아는 일이고, 지금 지역 여론과 대부분의 신문사 기조를 움직이는, “겨울올림픽 유치를 위하여 이건희 전 회장을 사면하라”는 주장이 과연 누구에게서 처음 나왔느냐는 것은 우리가 모르는 일이다. 가설은 세 가지다. 본인이거나, 그에게는 비밀로 하고 그의 측근이 움직였거나, 그들과는 상관없는 평창의 땅투기꾼 중 누구의 머리에서 나왔거나. 내가 이해하기로는, 본인은 아니다. 그는 아들에게 삼성을 승계하는 문제만으로도 머리가 터질 지경이니, “나를 사면시키는 공작을 하라”고 지시할 정도로 한가하거나 뻔뻔하지는 않을 것이다. 내가 이해하는 이건희 전 회장은 무섭기는 해도 그 정도의 파렴치한은 아니다. 그렇다면 그의 측근? 가능성은 있다. 그러나 그들도 그들을 감시하는 사회와 전문가의 시선을 의식할 줄은 알고, 뻔한 거짓말은 그룹 승계와 관한 것 아니라면 피하려고 한다. 그렇다면 평창의 땅투기꾼? 현재로서는 이게 가능성이 가장 높다.

이게 평창 겨울올림픽의 진실이라면, 평창의 투기꾼들이 이건희 전 회장도 장기판의 졸로 쓸 정도로, 그야말로 배가 배 밖으로 나왔다는 사실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이 전 회장을 움직일 정도로 그들의 힘이 센 것인지, 장기판의 졸로 쓰일 정도로 이 전 회장의 힘이 줄어든 것인지, 평창을 계속 들여다보면 알 수 있게 된다.

이 기회에 삼성에 묻고 싶다. 당신들도 현대건설처럼 계속 토건할 것인가, 아니면 토건 삼성이 아니라 기술의 삼성이라고 할 것인가?

우석훈 2.1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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