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승종 역사학자
이것은 산스크리트어의 “아바타라”(avataara)로, ‘내려옴’을 뜻한다. 힌두교에서는 신령이 인간이나 짐승의 몸을 빌려 세상에 나타난 것을 가리킨다. 아바타는 주로 망자의 영혼을 인도하는 일을 하지만, 때로 지상에 머물며 삶의 이치를 깨우치는 스승 노릇도 한다. 아바타에 관한 최초의 기록은 <바가바드기타>에 있다. 태양신 비슈누의 아바타가 금시조(金翅鳥)를 타고 사방으로 날아다니며 정의를 수호한다는 설화가 인상적이다. 상상의 새, 금시조는 독수리 몸집에 봉황의 날개를 가졌다 한다.
비슈누에게는 열 가지 아바타가 있다는 게 통설이다. 가장 이름난 것은 여덟째인 크리슈나인데, 이것은 나중에 바라문교의 신이 되었다. 일곱째 아바타 라마도 결국은 아름다움과 윤리의 신으로 자리잡았다. 아홉째 아바타는 정체불명이지만, 현세의 부처인 석가모니와 동일시되기도 한다. 본디 힌두교 신령의 화신이던 아바타가 세월이 흐르면서 차츰 독자적인 신으로 변모했다는 사실은 기억할 만하다.
우리 역사에도 아바타의 흔적이 있다. 신라 진지왕 때 경주 흥륜사의 진자 스님은 미륵보살이 화랑으로 태어나기를 염원했다. 마침내 그의 소원대로 미시랑(未尸郞)이 나타나 화랑이 되는 기적이 일어났다고 한다. 성덕왕 때 노힐부득은 기도 끝에 관세음보살의 아바타를 보았고, 그 법력으로 순식간에 인간의 몸을 버리고 미륵의 금상(金像)으로 변화했다고 전한다. 아바타의 출현은 간절한 신앙에 대한 구원의 응답이었다.
현대의 아바타에도 일종의 염원이 담겨 있다. 누리꾼들이 가상공간에서 애용하는 아바타는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은 바람을 상징한다. 제임스 캐머런 감독의 최신작 <아바타>도 욕망의 늪을 탈출해 생태계 본연의 조화와 평화를 희구하는 인간의 소망을 그린 것이라 인기가 높다. 지금 한창 부산을 떠는 4대강 개발사업자들도 마음을 내려놓고, 우리가 왜 이 영화에서 감동을 받는지 숙고해 보라.
백승종 역사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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