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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백승종의 역설] 떫으면 너도 해봐!

등록 2010-12-17 20:51

백승종 역사학자
백승종 역사학자
의산군 남휘는 조선 태종의 넷째 딸에게 장가들었다. 그는 처남(세종)이 즉위하자 사은사로 뽑혀 북경에 다녀올 만큼 왕실의 총애를 받았다. 상왕(태종) 부처는 사위인 그의 집으로 거처를 옮긴 적도 있었다. 그때는 세종도 남휘의 집으로 문안인사를 다녔다. 나중에는 세종비조차 세자를 데리고 그 집에 가 묵었다. 남휘의 권세는 하늘을 찔렀다.

안하무인이 된 그는 벼슬아치를 함부로 구타했다. 비난이 쏟아졌으나, 세종이 감쌌다. 간이 커진 그는 상중에 있던 공신의 비첩을 데려다 마음껏 간음했다. 그래도 끄떡없었다. 문제의 비첩이 나중에 자기 친척 집으로 옮겨가자, 뒤쫓아가서 그 친척을 초주검이 되도록 폭행했다. 비난의 화살이 거셌지만, 세종은 겨우 근신처분을 내렸을 뿐이다. 그 뒤로도 남휘의 못된 버릇은 여전했다. 장인 내외가 합장된 헌릉의 헌관이 되었을 때도 제관 노릇을 잘못해 물의가 일었다. 견책을 받았지만 근신하기는커녕 불법으로 녹봉을 타내려다 들켰다.

세종도 더는 감싸주기가 어려웠던지 남휘야말로 온갖 비리의 온상이라고 문책하고 유배 보냈지만, 그 기간은 불과 수개월이었다. 그 뒤 처조카인 문종의 치세가 되자, 남휘는 또다시 국법을 어기고 사사로이 불상을 주조했다. 하지만 문종은 말썽 많은 고모부를 싸고돌았다. 그는 폭력, 간통, 나태와 몰염치의 상징이었으나, 명이 길었다. 단종 2년, 남휘가 세상을 뜨자 그 손자뻘인 어린 왕은 조회를 폐하고 부의를 후히 했다. 그리고 소간(昭簡)이란 시호까지 내려주었다. 평생 몸가짐이 발랐고 아름답고 공손하며 착하게 살았다는 뜻이라니, 어찌 우습지 않은가.

요즘 우리 국회도 수준이 상당하다. 말썽 많은 4대강 예산이며 형님 예산, 안주인 예산을 날치기로 통과시킨 현장에서 김성회란 여당의원은 야당의원을 폭행해 여덟 바늘이나 꿰매게 했다. 그러고도 청와대를 비롯한 여권 수뇌부의 격려전화까지 받았다니, 정말 대단하구나. 역사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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