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주의 리트위트.
일본의 한 석학이 소셜미디어의 ‘폐단’을 지적한 글이 일본 인터넷을 달궜다. <요미우리신문>이 연재하는 지식인 기고문 가운데 지난 10일치에 실린 야마자키 마사카즈(77) 오사카대 명예교수의 칼럼이었다. 극작가 겸 평론가이면서, 일본의 대표적 문명비평가로 꼽히는 그는 이렇게 썼다.
“대중사회의 수준 저하가 걱정이다. 블로그와 트위터의 보급으로 지적 훈련을 받지 않은 사람이 ‘발신’의 즐거움을 배웠다. 이것이 신문과 책의 경시로 이어져 ‘책임을 가지고 정보를 선택하는 편집’이 약해지면, 국민의 지적 저하를 초래해 관심의 범위가 좁아지고 만다. 인터넷 시대라 해도 책임 있는 매스컴이 권위를 가지고 사회에 존재할 필요가 있다.”
전체 글은 일본이 지식산업 육성에 힘써야 한다는 취지였지만, 마지막의 이 부분은 매스미디어를 맹신하며 인터넷 기반 소셜미디어를 헐뜯는다는 인상을 샀다. 많은 일본 누리꾼들이 “지적 훈련 받으면 저렇게 되나?” “책임 있는 언론? 어디가?”라며 코웃음을 쳤다. “글의 밑바닥에 새로운 것과 젊음에 대한 질투가 깔려 있어. 매우 애처로운 할아버지야”라는 조롱도 나왔다.
야마자키 교수는 2차대전 뒤 대중사회화 시대를 겪은 세대의 지성이다. 이 시기 인쇄매체도 텔레비전, 라디오 등과 더불어 대중매체가 됐다. 1950년대 초엔 전세계의 연간 책 발행부수가 25만권 선이었지만, 요즘은 종류만 160만종이 넘는다. 대량 출판은 전문 인력과 장비가 필요하기에 기회는 제한적이었고, “지적 훈련”을 받아 선택된 이들만이 “발신의 즐거움”을 얻을 수 있었다. 인터넷이 이 장벽을 허문 것은 주지의 현실이다.
비난받을 것을 충분히 예측했을 텐데도, 놓쳐선 안 될 소셜미디어의 허점을 지적하며 화두를 던진 원로 학자의 용기를 높이 사고 싶다. 정작 그가 경종을 울리고 싶었던 것은 누리꾼이 아니라 매스컴 쪽이었으리라. 연예계와 자동차 및 패션 등에 눈독 들이는 대중적 경향은 상존해왔지만, 거기에만 부화뇌동하며 ‘책임’과 ‘권위’를 멀리하는 듯한 오늘날 매스컴의 태도는 누가 봐도 마뜩잖을 것이기에.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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