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주의 리트위트(RT)
트위터 이용자들이 폭설·폭우 등 정보를 공유하면서 유명해진 ‘위키트리’라는 웹사이트가 있다. 이곳은 가입만 하면 누구나 ‘기자’가 된다. 회원 수가 최근 3천명에 이르자 운영진은 “기자가 3천명인 ‘공룡언론’이 탄생한 셈”이라고 자축했다. 곧, 언론을 표방한다는 의미다. 지난해 ‘트위터에서 가장 많이 인용되는 언론사’ 순위가 발표되자, 목록에서 배제된 위키트리 쪽이 이의를 제기했다고 한다. 위키트리를 언론사로 치면 1등은 따놓은 당상이었기 때문이다.
위키트리는 △누구나 기사를 쓸 수 있으며 △한 기사를 여럿이 첨삭해 완성도를 높이고 △다른 이용자와 더불어 자기만의 온라인신문도 만들 수 있다는 점 등을 ‘혁신적’ 특징으로 내세운다. 그러나 모두 낯익은 서비스로, 각각 △<오마이뉴스>의 시민기자 △온라인백과사전 위키피디아 △팀블로그 서비스를 방불케 한다. 심지어 이들 기존 모델이 각종 책임에 소홀했다는 지적마저 위키트리는 고스란히 물려받고 있다. 특히, 기사는 누구나 쓰되 ‘머리기사’의 선정은 운영진이 맡는다는 점에서, 혁신성이 또 퇴색한다. 위키트리 쪽은 “트위터와 페이스북으로 유입되는 독자가 대부분이라 웹사이트 편집은 큰 의미가 없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언론사가 나름의 가치판단을 통해 머리기사를 정하는 편집권은 본질적 특성이다. 위키트리도 머리기사를 고르는 순간, 기존 언론과 진배없어지고 만다. 급부상하는 미국의 온라인 뉴스사이트 <허핑턴 포스트>도 똑같이 비판받는다. 정치인, 경제인, 학자 등 각계 전문가가 한곳에서 토론을 벌일 수 있게 한 ‘혁신성’이 회자되지만, 결국 기존 언론과 다르지 않은 편집권을 행사하다 보니 “허핑턴 포스트가 혁신적이라면, 우리 집 개도 그만큼은 혁신적”이란 악담도 나온다.
사람들도 아직은 마음의 준비가 안 된 것 같다. 편집권을 전면 배제하고 조회·추천 횟수에 따라 실시간으로 기사 순위가 정해지면 그곳은 쓸모없는 정보로 가득해질 것이라는, ‘꽤 정당한 두려움’ 탓이다. 그곳이 ‘진정한 소셜 뉴스사이트’일 수는 있겠으나, 과연 언론이라 해도 좋을 것인가.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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