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주의 리트위트(RT)
“사진 전신(포토텔레그라피)으로 글, 서평, 그림을 아주 멀리 떨어진 곳으로 보낼 수 있으며, 2만㎞ 떨어진 곳에서 계약에 서명할 수 있다. 모든 집들은 통신망으로 연결돼 있다.”
‘공상과학소설의 아버지’ 쥘 베른의 1863년 작 <20세기 파리>에 나오는 문장이다. 언뜻 팩스에 대한 설명처럼 들린다. 150년 전 쓰여졌음을 생각하면 감탄스러운 탁견이다. 사실 팩스보다 한발 앞선 인터넷도, 기술적 차이는 있지만 크게 다르진 않다. 웹사이트, 전자우편, 파일 전송,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도, 발신 정보를 디지털 신호로 쪼개서 전달해 수신 쪽 컴퓨터에 고스란히 재구성해서 보여주는 ‘모사’ 체계다. 어쨌든 기술의 발전이 물리적 거리를 줄여줄 거란 꿈은 오늘날 현실이 된 셈이다.
일자리나 학업, 가사 등의 이유로 자기 국적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 사는 세계 각국의 이주민들에게선 이런 ‘거리 단축’의 효과가 여실히 나타난다. 본국의 각종 뉴스를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블로그나 에스엔에스로 자신의 견해를 피력하면서 나름대로 사회에 ‘참여’하는 이주민도 많다. 영화, 드라마, 음악 등 대중문화를 본국과 거의 실시간으로 공유하기에 웬만한 유행에서 뒤처지지도 않는다. 전자우편이나 인터넷 기반 전화서비스는 예전보다 저비용 고품질의 통신을 제공한다. 이주민들의 다양한 온라인 공동체가 본국 누리꾼들과 국경을 뛰어넘은 정보 교류를 가능케 한 것도 흥미롭다.
이렇다 보니 21세기 국외 이주민들은, 과거에 견줘, 새로 속하게 된 곳에 적극 동화하지 않은 채 인터넷으로 연결된 본국에 기대는 생활이 어느 정도 가능해졌다. 내가 하는 말을 즉시 외국어로 번역해주는 스마트폰 서비스도 나왔으니, 이젠 언어마저도 필수가 아닐 수 있다. 이주하되 동화하지 않는 이들이 늘어나면 비교적 느슨한 사회 구조 속에서 새로운 문화가 태어나기도 할 것이다. 다만 기술 발전에만 기댄 소통이 얼마나 오래갈까 하는 의문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베른이 <20세기 파리>의 결말에서 혹한에 따른 대규모 기아 사태와 도시의 멸망을 그렸던 것처럼.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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