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주의 리트위트(RT)
미국 보수주의 운동의 대부 중 하나로 꼽히는 리처드 비거리의 저서 <미국 우향우>(2004)는 20세기 후반 미국 보수파가 새로운 매체를 어떻게 활용했는지를 짚은 책이다. 비거리는 1960년대 미국 언론 지형에서 <뉴욕 타임스> <워싱턴 포스트> <타임> 등 주요 인쇄매체와 3대 공중파 방송이 모두 진보 성향이어서 공화당 지지 세력을 대변할 매체가 없었다고 주장한다. 그들이 원하는 목소리를 들려주기 위해선 결국 집집마다 직접 보내는 다량 발송 우편물(DM) 같은 새로운 매체를 택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비거리 자신을 포함한 열정적 운동가들의 노력으로, 부시 2기 행정부 탄생 때까지 40년 동안 20억통이 넘는 디엠이 발송됐다고 한다.
90년대 말 미국 인터넷의 정치 성향에 대한 이 책의 설명은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 당시 방문자 수 상위권에 꼽힌 정치·시사 분야 웹사이트엔 보수 성향이 24곳, 진보 성향이 11곳이었을 정도로 보수 쪽 우세가 두드러졌다. 지금은 민주당 정권 탄생의 주요 공신으로 꼽히는 인터넷이지만, 초기엔 외려 반대 색채가 강했다는 의미다.
재미있는 것은 이 책이 높이 평가하는 디엠 운동의 장점이 오늘날 인터넷 정치 운동과 묘하게 겹친다는 점이다. 관심 있는 이들을 찾아내 조직할 수 있었고, 워싱턴 정가가 ‘풀뿌리 민심’에 한발 다가서도록 했으며, 공화당의 당내 권력구조로부터 자유로운 운동을 펼쳤다는 점 등이 그 예다.
기술 자체는 정치적 성향을 따지는 게 무의미하다. 단지 그 배경에 따라 강자의 것과 약자의 것이 나뉠 뿐이다. 몇백억~몇천억원짜리 인쇄·방송 장비가 요구되는 제도권 언론은 강자들이 거머쥐는 반면, 그로부터 외면당한 이들이 몰두하는 저비용 미디어는 약자의 활약이 돋보이기 마련이다. 강자들은 그나마 약자의 것마저 탐하려 들기에, 약자는 끊임없이 새 모델을 발굴하고 발전시키게 된다.
결과적으로, 최신 모델인 트위터는 ‘좌’가 약자인 한 좌편향이다. 강자인 ‘우’가 뛰어들어 균형을 꾀해도 별수 없다. 새로운 약자의 매체가 또 나올 테니까.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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