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승종 마을공동체문화연구소 대표
2008년 9월 미국 투자은행의 대명사 리먼브러더스가 도산했다. 아무도 예견하지 못한 사태였다. 전문가들은 이것이 비우량 주택담보대출(서브프라임 모기지)의 후유증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반론도 만만찮다. 1980년대 이후 신자유주의의 물결을 타고 미국 금융계가 무분별한 주식투기를 벌인 결과라는 분석인데, 설득력이 있다. 파산 당시 리먼 쪽이 보호 요청한 자산은 6390억달러나 되었다.
리먼 사태는 글로벌 금융위기를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신자유주의 금융정책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한 아이슬란드와 아일랜드가 먼저 무너졌다. 뒤이어 스페인과 포르투갈도 휘청거렸다. 올해에는 그리스가 직격탄을 맞았다. 이들의 국가부도를 막지 못한다면 유럽연합 전체가 금융위기 속으로 빠져들 것이다. 유로화라는 단일통화로 묶여 있기 때문에 유럽은 몰락의 도미노를 피할 길이 없다.
전 독일 총리 헬무트 슈미트는 현재 상황을 이렇게 분석한다. “독일과 프랑스 당국자들은 쓸데없이 시간만 끌고 있다.” 그들이 연달아 미봉책만 내놓는 바람에 그리스는 이미 심각한 공황상태에 빠져 버렸다. 슈미트는 유럽의 현재 상태를 유로화의 위기가 아니라 “유럽연합이란 조직체의 위기”라 단언한다.
그를 비롯한 상당수 경제전문가들은 유럽의 금융위기에 대한 근본적인 책임이 월가에 있다고 확신한다. 과연 지난 수십년 동안 월가로 대표되는 미국의 독점적 금융자본은 세계지배를 위해 온갖 재주를 다 부렸다. 2001년 유로화의 도입은 분명히 그에 대한 유럽의 자구책이기도 하였다. 지금 슈미트 등은 월가가 스스로 자초한 금융위기의 불길을 유럽에 옮겨놓고 잠시 숨을 고르는 중이라고 생각한다. 몰지각한 한국 정부는 이런 줄도 모르는지 세계가 알아주는 기업하기 좋은 나라가 되었다며 자화자찬하는 분위기다. 외환위기의 억울한 역사를 벌써 잊었는가. 세계경제를 수렁에 빠뜨린 미국 금융자본을 멀리하라. 자유무역협정(FTA)도 서둘 것 없다. 마을공동체문화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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