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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백승종의 역설] 역사교과서에서 손 떼라

등록 2011-11-21 19:22

백승종 마을공동체문화연구소 대표
백승종 마을공동체문화연구소 대표
새 역사교과서의 집필기준이 발표되었다. 그 기준대로라면 새 교과서에는 이승만이나 박정희 같은 독재자들의 압제행위가 구체적으로 언급되지 않는다. 세계 민주시민이 경이를 표한 한국의 민주화운동도 교과서에서 사실상 사라진다. 친일파 청산 문제도 슬그머니 빠져버린다. 대신에 새 교과서에서는 ‘자유민주주의’의 깃발이 곳곳에 나부낄 것이다. 대한민국은 유엔이 인정한 한반도 유일의 합법정부라는 점도 매우 강조될 것이다.

이런 것들은 뉴라이트 계열 보수학술단체가 주장해온 바다. 식민지 근대화론을 신봉해온 그들은 산업화를 이유로 독재정권을 미화한다. 또한 그들은 민족화해를 목표로 한 남북한 당국의 대화 노력도 비방하기 일쑤다. 이런 태도며 주장은 하나같이 문제투성이다. 그럼에도 현 정권은 정치적 코드가 맞아서인지 이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해, 역사교육 현장을 어지럽힌다. 참다못해 역사학계와 교육 현장은 연일 빗발치는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그래도 권력자들은 미동조차 안 한다.

교과서를 어떻게 쓸지는 학자와 교사들에게 맡겨야 한다. 정치권력이 자신들의 기호나 취향을 이유로 함부로 개입하는 것은 잘못이다. 만일 그런 식으로 뜯어고친다면, 정권이 바뀔 때마다 소동이 그치지 않을 것이다. 무분별한 권력의 개입은 교육 본연의 목적에 어긋난다. 더구나 우리 사회의 기본가치인 자유와 정의, 평화와 통일까지 부정하는 역사서술을 고집하려 든다면, 이는 시대착오이자 망발이다.

참된 민주사회에서는 그 누구도 감히 역사해석을 독점할 수 없다. 사실관계에 오류가 없다면 해석은 다양할수록 좋다. 다양한 해석을 담은 교과서가 많으면 많을수록 우리의 문화적 역량은 배가된다. 정부가 겉으로는 검정교과서 체제를 지향한다고 하면서 실제로는 역사해석의 폭을 자꾸 좁히려 든다면 자가당착이다. 권력자들은 교과서 문제에 함부로 끼어들지 말라. 차라리 제대로 된 토론의 장을 여는 데 힘쓰라. 당신들의 의무는 그것이다.

마을공동체문화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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