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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백승종의 역설] 마야 달력

등록 2012-01-02 19:32

백승종 마을공동체문화연구소 대표
백승종 마을공동체문화연구소 대표
독일의 작센 주립도서관에 가면 <드레스덴 고사본>(Dresden Codex)이란 책자가 있다. 마야의 달력이다. 마야사람들은 중남미에 살며 옥수수와 카카오 농사를 주업으로 삼았다. 그들은 해마다 몇 번씩 들이닥치는 허리케인과 폭풍우에 시달렸다. 그래서 기후변화야말로 마야 달력의 일차적 관심사였다.

문제의 달력은 2012년 12월21일까지만 기록되어 있다. 학자마다 해석이 구구하지만 대개는 홍수와 폭우로 인해 인간의 역사가 끝장나는 것으로 본다. 그런 다음 인류 역사는 5128년간의 공백기를 거쳐 7140년 12월부터 다시 시작된다고 한다. 벌써부터 호사가들은 마야 달력을 언급하며 인류의 종말이 임박했다고 떠든다. 지구 곳곳에서 지진과 해일(쓰나미) 등 각종 기상이변이 속출하고 있다. 게다가 신자유주의라는 괴물이 세계경제를 엉망으로 만들었다. 혹세무민의 감언이설이 창궐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본래 북아메리카 원주민이었던 마야 사람들은 중남미지역으로 남하하여 신문명을 건설하였다. 마야문명은 3000년 이상 지속되었으나 10세기께 저절로 붕괴해버렸다. 훗날 신대륙의 정복자들은 마야의 풍부한 역사기록을 미신이라며 몽땅 불태웠다. 자연히 마야문명의 역사는 망각의 늪에 빠져버렸다. 하지만 현대 과학기술 덕택에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이 드러났다. 마야 사람들은 건축에 필요한 회반죽을 확보하고 또 주업인 화전 농업을 지탱하기 위해 삼림을 마구 훼손하였다는 점이다. 그리하여 그들은 자연재해에 무방비 상태가 되었다. 허리케인과 폭풍우가 더 큰 재앙을 불러왔고 지력도 고갈되었다. 식량부족 사태가 만성화하면서 자원쟁탈전이 전쟁으로 비화하였고 전염병도 잇따랐다. 마야의 종말은 생태계를 파괴시킨 데 대한 자연의 응답이었다. 공포에 휩싸인 마야 사람들은 2012년까지라도 살아남기를 바라며 신들에게 매달렸으나 부질없는 짓이었다. 마야 달력은 우리에게 더 늦기 전에 생태회복을 위한 결단을 내리라고 촉구한다.

백승종 마을공동체문화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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