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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백승종의 역설] 케냐의 장미는 아름답지 않다

등록 2012-02-27 19:25

백승종 마을공동체문화연구소 대표
백승종 마을공동체문화연구소 대표
오랫동안 암스테르담 꽃시장은 유럽을 지배해왔다. 근교는 물론, 네덜란드 전역이 화훼로 먹고살았다. 이제는 그것도 옛말이다. 꽃 중의 꽃 장미가 하늘에서 마구 쏟아진다. 케냐산 장미꽃이 비행기를 타고 날아온다. 유럽 전역에서 팔리는 장미꽃의 7할이 그렇단다. 그 바람에 네덜란드뿐만 아니라 온 유럽의 꽃 농부가 파멸의 위기에 빠졌다. 값싸고 품질 좋은 장미꽃, 철없이 좋아할 일이 아니다.

천혜의 날씨 덕분에 케냐에는 늘 장미꽃이 핀다. 이익에 민감한 외국의 거대자본이 물밀듯 밀어닥친 것은 당연하다. 아, 그런데 장미꽃이 자연을 죽인다. 지난 십여년간 장미꽃들은 드넓은 나이바샤 호수를 몽땅 들이마셨다. 이제 사람 먹을 물도 부족하다. 무분별하게 뿌려진 화학비료와 살충제 때문에도 그 맑은 호수는 오염으로 망가져간다. 공정무역 인증을 받아 수익금으로 수자원을 살리겠다는 착한 농장주도 나타나기 시작했지만, 장미꽃은 케냐를 살해한다.

말썽 많은 꽃들은 호숫가 농장에서 200㎞나 떨어진 나이로비 비행장으로 특별 운송되고, 거기서 또 비행기를 탄다. 운송비가 재배비용을 비웃는다. 탄소발자국도 만만치 않다. 유럽행 비행기를 탄 장미꽃 한 송이는 350g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한 셈이다. 아, 더러운 장미꽃!

규모가 좀 있다는 케냐의 장미농장은 700종 이상을 키운다. 그래서 달마다 100만송이 넘게 수출한단다. 케냐는 이 꽃으로 매년 3000억원 이상을 번다지만 그 대부분은 농장주 몫이다. 해마다 더 많은 장미꽃이 잘려 나가도 케냐의 가난은 그대로다. 보호 장구도 없이 날마다 9시간씩 살충제를 뿌리다 농약중독으로 쓰러지는 농부가 많지만, 그래도 일당이 1유로를 넘지 못한다. 이 적은 돈으로 가족을 먹여 살리자니, 장미꽃이 슬프다. 신자유주의가 유죄다. 억지 끝에 한-미 자유무역협정이 발효된다지. 우리는 더한 꼴도 꼼짝없이 앉아서 당하게 되어 있다.

백승종 마을공동체문화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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