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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백승종의 역설] 누가 이 노인을 아시나요?

등록 2012-03-05 19:27

백승종 마을공동체문화연구소 대표
백승종 마을공동체문화연구소 대표
3·1운동 때 전국의 시위참가자는 200만명을 웃돌았다. 당시 인구는 1700만명. 청장년층의 4분의 1이 태극기를 휘날리며 대한독립 만세를 불렀다. 그분들은 지금 대학생들의 증조부모, 고조부모님이셨다. 그해 봄 적어도 당신의 조상 6분, 내 조상 6분이 이 땅 어디선가 독립만세를 불렀다. 1919년에는 우리 모두가 독립운동가였다.

그 열기는 쉬 가시지 않았다. 초가을이 되자 당년 65살의 노인 한 분이 스스로 역사의 전면에 등장하였다. 그분은 모두를 대신해 신임 사이토 마코토 총독에게 환영의 선물을 던져주었다. 경성역에서 기차를 내린 ‘천황’의 대리자는 쌍두마차로 옮겨 탈 예정이었다. 그는 마차에 오르기에 앞서 내외신 기자들 앞에서 더더욱 거만한 표정으로 잠시 자세를 취했다. 바로 그 순간 영국제 폭탄 하나가 폭죽처럼 치솟았다. 총독의 수행원들과 정무총감 미즈노 등 30여명이 피를 쏟으며 나뒹굴었다. 사이토의 얼굴에 두려움이 번졌다.

유혈의 현장을 유유히 떠나간 강우규 의사. 그는 이 한순간을 위해 두 달 전쯤 러시아의 블라디보스토크를 출발했다. 거기에 본부를 둔 대한노인단 소속 만주 요하현 지부장이었다. 놀랍게도 노인단은 65살 이상의 노인들이 결성하였다. 평균 수명이 40살 남짓에 불과했던 당시로서는 아주 상노인들이었다. 그런 어르신들이 타오르는 독립의지에 기름을 들이부었다.

강 의사는 거사 보름 만에 고등경찰에게 체포되었다. 뜻을 함께 나눈 독립지사들도 옥에 갇혔다. 형언하지 못할 참혹한 고문의 늪을 건너야 했다. <기려수필>을 읽노라면 강 의사 최후의 일언이 형형하다. “명대로 사느냐, 사형당해 죽느냐? 다르기야 하겠지만 죽기는 마찬가지다. 아들아, 내 죽음을 설워마라. 일평생 나는 내 민족 위해 살았노라.” 요즘 혈색도 좋은 어르신들이 보수를 기치로 삼아 기득권층 대변에 바쁘시다. 묻노니, 의사의 뜻이 강자의 시종 노릇에 있었던가.

백승종 마을공동체문화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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