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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백승종의 역설] 하늘의 불씨를 훔친 인간

등록 2012-03-26 19:29

백승종 마을공동체문화연구소 대표
백승종 마을공동체문화연구소 대표
다카기 진자부로(高木仁三郞)라는 시민과학자를 기억하자. 그는 원자핵 화학자였으나, 평생을 반핵운동에 바쳤다. 1960년대 초 대학을 졸업하고 원자력회사에 입사했을 때만 해도 그는, 미래 에너지산업의 총아는 핵발전이라고 확신하였다. 그러나 다카기는 곧 두 가지 중요한 사실을 알게 되었다. 우선 방사능 유출사고를 막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점이었다. 제아무리 신중하게 다루어도 그의 회사에서는 일주일에 한번꼴로 사고가 일어났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직원들이 방사능 유출사고를 성실하게 보고했지만, 회사가 그 사실을 외부에 꽁꽁 숨긴다는 점이었다. 다카기는 거짓과 사고의 불가피성에 충격을 받았다.

그리하여 다카기는 핵문제를 전면적으로 재검토하였다. 생명의 자리에서 다시 살펴본 방사능 찌꺼기는 “끌 수 없는 불”이었다. 설사 핵발전소가 가동을 멈추더라도 죽음의 재는 오랫동안 식지 않는다. 플루토늄은 반감기가 2만4000년이다. 방사성 물질이 반으로 줄어드는 데 그처럼 장구한 세월이 걸린다. “켜고 싶을 때 켤 수 있지만 끄고 싶을 때 끌 수 없는 빵점짜리 기술”, 핵발전이 그것이다. 지금 당장에는 아무 문제가 없더라도 고준위 핵폐기물은 후손들에게 고통을 줄 게 빤하다. 지하수를 오염시키든가 또는 다른 방법으로 사고를 일으킬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런 결론에 도달한 다카기는 누구보다 핵을 반대하는 핵과학자가 되었다.

핵발전은 야만스러운 공포의 기술이다. 다카기는 원자력을 “하늘의 불”이라고도 했다. 밤하늘을 수놓은 별빛은 원자의 불이다. 지구의 탄생도 핵융합 반응의 결과였다. 그때 지구를 뒤덮은 방사성 물질이 식기까지 수억년이 소요되었고, 그런 다음에야 생명체가 지상에 출현하였다. 그런데 현대인들은 제 손으로 방사능 불을 켰다. 핵발전은 “하늘의 불을 훔친 인간의 오만”에 다름 아니다. 제발이지 우리는 천수를 누리고 싶다. 거짓말 그만하고 우선 고리 핵발전소부터 스위치를 끄자!

백승종 마을공동체문화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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