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오피니언 칼럼

[백승종의 역설] 해적당이 승리한다

등록 2012-04-02 19:39

백승종 마을공동체문화연구소 대표
백승종 마을공동체문화연구소 대표
해적당이라고? 인터넷에서 불법으로 파일 내려받는 사람이 현대판 해적이다. 해적질이 왜 문제냐며 덤비던 시민들이 2006년부터 ‘해적당’을 만들기 시작하였다. 지식재산권을 강화하면 시민의 자유가 위축되고 지식의 독점이 초래되기 마련이다. 이런 문제의식을 공유한 컴퓨터 전문가들과 시민들이 나서 해적당을 처음 만든 곳이 스웨덴이었다. 유럽 각국이 곧 그 뒤를 따랐다. 해적당은 정보화시대에 걸맞은 새 정치를 꿈꾼다. 그들의 정책 가운데 주목되는 것은 ‘전국민 기본소득제’다. 무상 대중교통과 정부 및 정치현안에 대한 인터넷 직접투표도 시민들의 관심거리다.

신개념 정치를 추구하는 유럽 해적당은 승승장구한다. 올해 3월25일 독일 자를란트 주의회 선거에서 그들은 7%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전통적으로 신자유주의 노선을 고집해온 자민당은 이 선거에서 불과 1%의 지지율과 함께 참패했다. 자민당이 현재 독일 연정에 참여한 어엿한 집권정당임을 아시는가. 해적당의 인기는 작년 9월의 베를린 지방선거에서도 증명되었다. 그들의 득표율은 10%에 육박하였다. 전문가들은 올해 상반기로 예정된 다른 선거에서도 독일 해적당의 승리는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후기산업사회의 대다수 시민들은 기존 정당들에 대한 기대를 잃었다. 여야를 막론하고 늘 그 밥에 그 반찬이다. 기존 정당의 손발은 이미 이익단체들한테 꽁꽁 묶여버렸다. 더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기성 정치인들은 선거 때만 시민들 앞에 불쑥 나타나 표를 구걸한다. 그들이 별도의 이익단체조차 구성하지 못하는 일반 소시민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시간은 거의 없다. 우여곡절 끝에 정착된 대의정치제도는 점차 허울로 전락하였고, 시민들은 날로 정치에서 소외된다. 유럽 시민들이 해적당을 미는 이유다. 성숙한 우리 시민들도 더 이상 속지 않을 것이다. 사회정의를 추구하고 시민의 권리를 확장하는 진보정당, 애타게 기다리는 우리식 해적당의 모습일 것이다.

백승종 마을공동체문화연구소 대표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많이 보는 기사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1.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2.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3.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4.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5.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