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재진 법무부 장관(오른쪽)이 4월 3일 오전 청와대에서 국무회의가 시작되기를 기다리고 있는 앞을 이명박 대통령이 지나가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40년 전 미국과
비교되는 한국
여당·검찰·언론
워터게이트는 양반
비교되는 한국
여당·검찰·언론
워터게이트는 양반
버지니아에서 루스벨트 다리를 건너 워싱턴으로 들어설 때마다 왼쪽에 보이는 포토맥 강변의 워터게이트 빌딩을 바라보게 된다. 정치권력과 결부된 비리 사건에 ‘게이트’란 단어가 붙게 된 시발점이다.
2010~12년 한국의 민간인 사찰과 1972~74년 미국의 ‘워터게이트 사건’은 40년 시차를 두고 있지만 많이도 닮았다. 설치한 도청기가 작동 안 돼 다시 설치하러 갔다가 경비원에게 붙잡힌 공작원들, 김종익 케이비(KB)한마음 대표가 개인블로그에 대통령 풍자 동영상을 올리자마자 총리실이 경찰에 고발하면서 거꾸로 ‘사찰’하고 있었음을 스스로 고백한 어설픔부터 닮았다. 이어 거짓말, “백악관은 몰랐다”, “대통령은 몰랐다”(워터게이트)와 “청와대가 자체조사했는데 아무 문제 없었다”(민간인 사찰)는. 이어 증거 은폐와 사건 무마용 돈다발, 백악관과 청와대발 출처불명의 거액이 튀어나온다. 이어 수사 방해, 리처드 닉슨 대통령은 중앙정보국(CIA)을 동원해 연방수사국(FBI)의 수사를 막으려 했다. 한국 검찰은 2년 전 사건 관계자 대부분을 무혐의 처리했다. 원래 무능한 건지, 무능을 지시받았는지 아직은 모른다. 그러다 내부자 양심선언(마크 펠트 연방수사국 부국장, 장진수 주무관)으로 재점화됐다.
같은 건 여기까지다. 워터게이트 사건은 공화당 행정부가 민주당을 도청하려 한 정치권 내부 일로, 민간인 사찰과는 차원이 다르다. 워터게이트는 ‘미수’에 그쳤지만, 이명박 정부의 민간인 사찰은 임무를 ‘완수’했다. 사건이 터지자, 미국 역사상 ‘도덕적으로 가장 지탄받는’ 닉슨 행정부는 “민주당 정부도 도청했다”는 백악관 발표 따위는 하지 않았다.(도청은 당시 미 정치권에서 심심치 않게 자행됐고, 민주당 정부도 자유롭지 않았다.) 한국 역사상 ‘도덕적으로 가장 완벽한(하다는)’ 이명박 정부는 더이상 피할 길 없는 증거가 나오자 다음날 “노무현 정부도 사찰했다”며 경찰 ‘감찰’ 자료를 ‘사찰’과 뒤섞어 잡탕을 만들었다. 그러고선 ‘대응 잘했다’고 자평한다니, 이런.
워터게이트 사건은 도둑이 기소되는 데 3개월 걸렸다. 사법부도 집요했다. 연방법원 판사는 도둑들에게 30년형을 선고했다. 사건이 진행되면서 백악관 관계자들의 양심선언이 잇따르는데, 미국인들의 양심이 한국인보다 유달리 보드라워서가 아니다. 이명박 정부의 검찰은 2년이 지나 증거물이 하나씩 나올 때마다 마지못해 꿈틀대다, 뒤늦게 “사즉생”이란다. 그 말 할 때, 쑥스럽지 않았을까? 공화당은 행정부의 부도덕이 드러나자, 등을 돌렸다. 연방하원의 대통령 탄핵소추안은 412 대 3으로 승인됐다. 한국 여당은 널을 뛴다.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은 “나도 피해자”라 한다. 청와대 발표와 닮았다. 자기 생각만 하는 것처럼 보인다. 민주통합당이 박 위원장에게 “사찰 책임지라”고 하는 게 선뜻 가슴에 와닿지 않는다. 그러니 본인은 오죽할까? 하지만 여당 지도자라면, 차기 대선 출마자라면, “저는 이 사실을 몰랐지만, 여당으로서 함께 책임지겠습니다. 죄송합니다”라고 조아리는 게 선거전략으로도 차라리 낫지 않을까?
또 워터게이트 사건은 <워싱턴 포스트> 특종이지만, 이후 <뉴욕 타임스>,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등 다른 언론들도 경쟁적으로 달려들어 닉슨 행정부가 손들 수밖에 없었다. 한국 언론은 양비론 물타기, 그다음 “네거티브 그만, 정책선거”를 말한다. 이명박 정부는 좋겠다. 40년 전 미국에선 공화당 지지자도 분노했다. 우린 ‘결집’한다고 한다. 좋겠다.
워터게이트 사건은 선거 뒤, 검찰과 언론의 추적이 계속됐다. 한국이 40년 전 미국보단 나아야 할 텐데….
권태호 워싱턴 특파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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