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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백승종의 역설] 함석헌의 ‘5·16 군사쿠데타’

등록 2012-05-14 19:26

백승종 마을공동체문화연구소 대표
백승종 마을공동체문화연구소 대표
이승만 정권의 붕괴는 경제적 무능 때문이었다. 그렇게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4·19 혁명의 근본 동기도 빈곤에서 찾는다. “못 살겠다, 갈아보자”는 외침도 잘 먹고 잘 살게 해달라는 국민적 요구였단다. 그러나 민주당 정부가 무능해 시대의 요구를 배신했다는 것. 정의로운 군인들이 ‘5·16 군사혁명’을 일으킨 이유가 거기 있다니 점입가경이다. “학생이 잎이라면 군인은 꽃이다.”(함석헌) 이런 말도 있듯 학생이 시작한 혁명을 박정희를 비롯한 청년장교들이 완성했다니 아전인수도 수준급이다.

아니다. 5·16은 혁명이 아니라 군인들의 폭거였을 뿐이다. 서슬 퍼런 군인들 앞에 대놓고 호통을 친 함석헌이란 용자(勇者)를 아는가. 그는 따져 물었다. 아무리 슬프고 아파도 고함 한번 제대로 지르지 못한 한국 민중이 4·19 혁명 덕분에 처음으로 말할 자유를 얻게 되었다. 그런데 그 입을 틀어막은 것이 5·16이었다. 그것이 만약 혁명이라면 민중의 지지와 찬성이 있어야 했다. 민중의 의지와 무관하게 일어난 것이 무슨 혁명이냔 것이다.

“학생이 잎이라면 군인은 꽃이다. 5월은 꽃달 아닌가? 5·16은 꽃이 한번 핀 것이다. 잎은 영원히 남아야 하는 것이지만 꽃은 활짝 피었다가 깨끗이 뚝 떨어져야 한다.” 승리감에 도취해 있던 장군들에게 함석헌은 군정의 즉각적 종식을 요구했다. 그러고는 문제의 장본인 박정희 장군을 맹렬히 비난하였다. “여러분은 아무 혁명이론이 없었습니다. 단지 손에 든 칼만을 믿고 나섰습니다. 그러나 민중은 무력만으로 얻지 못합니다.” 과연 칼로 일어선 자는 칼로 망하는 법이다. 그래도 아직 여맥이 남았던가. 내일도 아첨의 꽃다발이 독재자의 무덤을 뒤덮을지 모르겠지만, 함석헌이 백번 옳았다. 섣부른 성장신화를 들먹이며 박정희의 공적을 내세우는 사람들을 조심하자. 바리새파 사람들의 누룩이 따로 없다. 도둑에게는 결코 정의가 없다.

백승종 마을공동체문화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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