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승종 마을공동체문화연구소 대표
동아시아 역사를 살펴보면 나라가 망할 때마다 사병(私兵)조직이 등장했다. 당나라 말기에도 사병을 거느린 절도사들이 사방에서 날뛰자 나라가 망했다. 한국에서도 후삼국 때나 고려 말기에 비슷한 상황이 연출되었다. 심지어는 조선이 건국된 지 7~8년이 지난 다음에도 사병이 위세를 떨쳤다. 왕자며 공신들은 모두 휘하에 사병을 길렀다. 그들은 자기 집 대문 앞에 무기를 진열해 위세를 과시했고, 대궐을 출입할 때조차 갑옷 차림에 무기를 휴대했다. 꼴사나운 일이었다.
무력은 반드시 공권력의 지배 아래 놓여야 한다. 그것도 법의 통제 아래 극히 제한적으로 사용되어야 마땅하다. 무력이 철저히 통제되지 못하면 국정은 흔들리고 백성들은 불안에 떤다. 1399년 이런 상태를 염려한 권근은 사병철폐를 주장하였다. “병권을 맡은 자가 여럿이면 제각기 무리를 짓고 (중략) 서로 시샘하여 난리를 일으킬 것입니다. (왕실의) 동기간에도 서로 죽이고, 공신들도 목숨을 유지하지 못합니다.”(정종실록)
“옛날에는 집안에 무기를 간직하지 않았다”고 공자는 말하였다. 유교의 황금시대에는 사병이 존재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예기>의 주장은 논지가 더욱 뚜렷하다. “병기와 갑옷을 사사로이 집안에 간직하는 것은 예가 아니다. 그것은 임금을 위협하는 짓이다.” 그런 염려가 있었기에 송나라 태조나 고려 광종은 사병혁파에 힘을 기울였다.
한데 이 웬일인가. 아직도 한국에서는 사병의 횡포가 계속된다. 기업형 사병조직 컨택터스가 골칫거리다. 최근 그들은 병사들을 안산의 농성현장에 출동시켜 노동자 30여명을 다짜고짜 요절냈다. 진압경찰처럼 중무장한 그들의 집단폭력은 엄연한 위법행위였다. 하지만 공권력은 이를 용인했다. 문제의 사병단체도 잘못을 빌기는커녕 ‘무단 폭행한 것이 아니다’라고 강변했다. 도대체 이 나라는 어쩌자고, 제멋대로인 사병단체를 허용하는가. 더 큰 불상사라도 일어나기를 바란다는 말인가.
백승종 마을공동체문화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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