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승종 마을공동체문화연구소 대표
한국에는 아직도 민족주의를 옹호하는 지식인들이 많다. 현대 서구의 지식계가 민족주의라면 무조건 반대하고, 그것을 히틀러의 게르만민족 제일주의와 유사한 것으로 치부하는 풍조와는 현격한 차이가 있다. 우리 지식인들은 강대국의 민족주의는 거세게 비판하면서도, 약소국의 민족주의는 애써 두둔한다. 강대국들의 교활한 음모와 횡포에 맞서기 위해 약소국민은 방어적 민족주의로 무장해야 한다는 논리다. 민족주의는 약소국의 생존에 결정적으로 중요한 무기라는 말이다.
강대국들은 이런 논리구조를 잘 안다. 그래서 그들은 약소국의 민족주의를 더욱 철저히 부정한다. 민족의식을 무장해제시킴으로써 약소국에 대한 강대국들의 지배력은 수월하게 강화될 수 있다. 이에 대응하여 한국의 일부 지식인들은 민족주의를 부정하는 행위야말로 강대국의 교활한 세계지배전략에 말려든 것이라며 경고한다. 약소국의 양심적 지식인이라면 당연히 민족주의의 길을 가야 한다는 주장이다.
민족주의에 대한 그들의 합리화는 끝이 없다. 가령 한국 같은 약소국의 민족주의는 주변 강대국을 침략하는 동력이 될 수도 없고, 강대민족을 차별하는 배타적 수단도 될 수 없다고 한다. 요컨대 약소국의 민족주의는 결코 파괴적이지 않으며, 국가적 정체성을 강화하는 정당한 수단이란 것이다. 그들은 남북통일의 필연성까지도 민족주의에서 발견한다.
일리 있는 주장이지만 틀린 말이다. 처지의 강약과 무관하게 민족주의는 배타적이고 자기 파괴적이다. 지난 한 세기 동안 우리는 민족주의의 이름으로 살아왔지만 실속은커녕 문제는 더욱 커졌다. 민족주의로는 남북분단의 문제도 못 풀었고, 지역갈등과 성차별, 양극화 문제에도 다가서지 못했다. 독재정권과 몇몇 재벌기업만이 민족주의의 기치를 휘두르며 배를 불렸다. 더 이상 국가나 민족과 결혼했다는 식의 허구적 수사에 속지 말아야 한다. 필요한 것은 ‘다 함께 살기’ 위한 시민사회의 실천적 가치다. 민족주의여, 안녕!
백승종 마을공동체문화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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