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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삶의 창] 후보 단일화는 됐지만 / 호인수

등록 2012-11-30 19:17

호인수 인천 부개동성당 주임사제
호인수 인천 부개동성당 주임사제
사방에서 모두들 대선 이야기다. 이럴 때 나는 한발 물러서서 다른 이야기를 하고 싶은데 그러자니 나만 혼자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엉뚱한 소리나 할 것 같아 선뜻 내키지 않는다. 맨 그게 그거겠지만 다시 대선 이야기다.

한동안 문재인과 안철수, 두 후보를 놓고 누가 됐으면 좋겠느냐, 누가 더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 그때마다 나는 “글쎄요, 둘이 약속했으니 결정해주지 않겠습니까?”라는 다소 애매한 대답으로 자칫 벌어질지도 모를 상대와의 불편한 말다툼을 슬그머니 피했다. 그건 ‘둘 중에 누구’가 아니라 ‘박근혜는 아니’를 훨씬 중요하게 여겼기 때문이다. 어쩌면 나의 어정쩡한 태도는 정권교체의 막중한 책임을 두 후보에게만 떠넘김으로써 그들의 어깨를 더 무겁고 힘들게 만든 치사한 짓이었는지도 모른다. 문 후보와 안 후보는 다 박 후보처럼 일찍부터 오로지 대통령이 되겠다고 별러온 사람들이 아니었다. 우리는 그 두 사람에게 멍석을 깔아주고 협상을 하든지 대결을 하든지 하나만 남겠다는 약속을 하라고 잔인하리만큼 끈질기게 요구했다. 끝내 하나가 못 된 양 김이 죽 쒀서 남에게 준 1987년의 어처구니없는 절망을 회상했다.

두 사람은 마침내 약속을 지켰다. 나는 보았다. 그리고 오래오래 잊지 않을 것이다, 안철수 후보가 후보 사퇴를 선언하는 눈물 그렁그렁한 거룩한 모습을. “대통령이 되는 것보다 국민과의 약속이 더 소중하기” 때문이라는 사퇴 이유도 분명히 했다. 그 순간 나는 “벗을 위하여 제 목숨을 바치는” 큰 사랑을 가르치고 실천한 예수의 십자가 죽음을 연상했다. 그는 자기를 내려놓음으로써 우리의 심려와 불안을 일소하고 단일화를 이루어냈다. 아름다웠다. 그러면 문 후보의 승리는 이제 따 놓은 당상인가? 아니, 샴페인을 터뜨리기엔 아직 이르다.

지난 2007년 대선 때 내가 만난 사람들 중에는 이명박을 찍겠다든가 찍었다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그런데 그는 큰 표 차이로 대통령이 되었다. 참 이상했다. 내가 만난 사람들은 다 거짓말쟁이였나? 나의 대인관계가 그만큼 편협했다는 게 오히려 맞는 대답이겠다. 내가 봐도 나의 대인관계 폭이 5년 동안 획기적으로 넓어진 건 아닌데 그때와는 달리 이번에는 박근혜를 찍겠다는 사람들을 꽤 여럿 본다. 특히 여성 대통령을 말하는 여성들이 두드러진다. 그렇다면 이번 선거는 보나 마나 압도적인 표차로 여성 후보가 승리하지 않을까?

그래서다. 안철수는 민주당에 죽비를 내리치고 문재인을 승산 있는 단일후보로 내세운 일등공신이다. 그에게 더 무엇을 주문하랴? 나는 정치 전문가도 아니요 당원도 아닌, 도시 변두리 성당의 한 사제로서 먼저 안철수를 사랑하는 분들께 감히 말씀드린다. 그가 손을 들어준 문재인 후보가 비록 밉고 마음에 안 든다 하더라도 아예 외면하고 돌아선다면 결과적으로 누구에게 득이 될까? 그런다고 안철수가 기뻐할까? 문재인의 승리가 바로 안철수의 승리라는 것은 누구보다도 당신들이 잘 알고 계신다.

민주당의 대선과 총선 경선에서 애석하게 떨어진 분들과 그 지지자들에게 한번 더 말씀드린다. 새누리당은 대선 역사상 처음으로 보수대연합을 이루었다고 하는데(도덕성 여부는 차치하자) 민주통합당은 그만한 단결력조차 보이지 않는다. 체면상 유세장에 얼굴 내미는 것으로 그치지 말고, 말로만 백의종군 외치지 말고, 당신들의 정치생명을 걸고 적극 나서라. 당신들의 그런 모습이 우리를 감동시키고 당신들의 앞날을 보장할 것이다. 이 나라, 이 땅과 사람이 계속 죽어갈 것인가, 소생할 것인가가 결정되는 날이 불과 20일도 남지 않았다.

호인수 인천 부개동성당 주임사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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