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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백승종의 역설] 박정희 신화

등록 2012-12-10 19:35

백승종 마을공동체문화연구소 대표
백승종 마을공동체문화연구소 대표
18년 철권통치 끝에 박정희는 이 나라를 세계에서 네번째로 외국 빚이 많은 나라로 만들었다. 자본부족을 이유로 그는 집권 초기부터 외채를 마구 끌어들였다. 솔직히 말해, 그의 경제개발은 ‘노임 따먹기’식 하청국가로의 전락을 뜻했다. 한국 경제는 미국과 일본에 예속된 경제식민지가 되고 만 것이다. 돈줄인 그들 국가의 요구로 국내 산업의 불균형은 더욱 가중되었다. 외채는 또 만성적 인플레이션을 낳아, 대다수 시민들은 생계를 잇기가 어려웠다. 박정희의 경제개발은 특권재벌과 그들의 중간관리인들에게만 축복이었다.

잘못된 경제정책으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것은 농민이었다. 노임 따먹기가 목적이었던 만큼 박정희는 저곡가 정책을 밀어붙였다. 이른바 미국산 잉여농산물을 마구 수입해 국내 시장이 교란되었다. 그런데도 물가안정과 과중한 군사비 부담마저 농민들에게 떠넘겼다. 농촌에는 다시 고리대가 성행할 정도였다. 80퍼센트도 넘는 농민들은 정부의 수매가가 생산비에 못 미친다며 비판했다.(<동아일보>, 1970년 1월19일치)

희생을 강요당한 농민들은 이농으로 내몰렸다. 이농가구의 7할은 경작규모 1정보 미만의 소농들이었다. 공룡도시 서울과 수도권의 탄생은 참담한 농촌붕괴의 결과였다. 산업노동자가 된 것은 젊은 여성들뿐이었다. 가장을 비롯한 나머지는 노점상과 막노동판으로 밀려났다. 이런데도 무슨 ‘한강의 기적’인가.

위기를 실감한 박정희는 ‘새마을운동’을 시작했다. 특유의 기만술책이었다. 초가지붕을 슬레이트로 갈고 골목길을 시멘트로 포장하는데 그친 이 운동. 그 경제적 성과는 재벌기업을 위한 내수증진이 전부였다. 독재자 자신에게는 ‘새마을운동 지도자’라는 유신체제의 말단관리인을 전국에 배치해 감시와 통제를 강화하는 것. 이것이 주목적이었다.

민주주의는 하나의 꿈이다. 이를 위협하는 적들과 싸워 그 꿈이 사라지지 않게 하는 것은 시민사회의 의무다. 지금은 박정희 신화의 허구를 넘어설 때다.

백승종 마을공동체문화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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