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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백승종의 역설] ‘서발턴’의 한 방

등록 2012-12-17 19:22

백승종 역사가
백승종 역사가
1926년 11월 안토니오 그람시는 무솔리니 정권에 의해 강제 연행되었다. 그는 3000쪽이나 되는 ‘옥중 수고’를 집필한 끝에 병마에 시달리다가 철창 안에서 숨을 거두었다.(1937년 4월) 그람시는 평생 지식인의 역할을 고뇌했고, 마침내 한 가지 확신에 도달했다. ‘지식인은 시민사회의 헤게모니를 장악해야 한다!’ 내가 보기에 이 말은 적어도 세 가지 뜻을 담고 있다.

첫째, 지식인은 시민사회와 소통할 능력을 갖춰야 한다는 점이다. 둘째, 시민사회의 역할 역시 수동적이지만은 않다. 지식인의 정당한 주의 주장에 공감하고, 이를 시민사회 전체의 것으로 환원하려는 자발적 동의와 적극적인 참여 의지가 요구된다. 끝으로, 이처럼 지식인과 시민사회가 하나로 결속될 때 정치·경제·역사적인 동력이 비로소 힘을 얻는다. 한마디로, 지식인은 탐욕스런 강자의 억압에서 벗어나기 위한 역사적 투쟁의 최전선을 지켜야 옳다. 그람시의 최종결론은 그러했다.

하지만 현실은 그때나 지금이나 정확히 그 반대다. 그람시를 죽음으로 몰고 간 파시스트들의 최측근에는 사이비 지식인들이 포진하였다. 그들은 대중매체를 유린하여 멋대로 문화적 헤게모니를 행사했다. ‘부르주아 헤게모니’가 횡행하자, 이탈리아의 가난한 노동자와 농민들은 자신들의 이익을 배신한 채 오히려 적들을 지지하였다. 그람시가 옥중고혼이 되고 만 까닭이 거기에 있었다. 유신독재의 수혜자인 재벌과 극소수 정치꾼들의 작태도 똑같다. 그들은 돈과 명예를 좇는 지식인들을 동원해 시민사회를 유린한다. 신문·방송을 그들의 요설이 도배한 지 오래다. 그리하여 사회적 약자들마저 외려 저들을 편들고 있다.

일대 혁신이 일어나야 한다. 그동안 ‘국가적 이익’으로 포장되어온 ‘과잉산업화’의 속임수를 직시하고 돌직구를 던지자. 종속을 거부하는 ‘서발턴’(하위주체)의 저항, 내일 선거에서 당신과 내가 던질 한 표는 그 싱싱한 새싹이다.

백승종 역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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