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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김종구 칼럼] 그대 이름은 ‘재수생’, 그래도 희망은 있다

등록 2012-12-26 19:21

김종구 논설위원
김종구 논설위원
바야흐로 대학입시의 계절이다. 오늘이 대입 정시모집 입학원서 마감날이다. 수험생들 중 상당수는 합격의 기쁨을 누리겠지만 아픔과 좌절을 겪는 사람이 훨씬 많은 게 입시다. 그리고 수십만명의 수험생들이 재수의 가시밭길에 들어설 것이다.

재수는 나이 어린 수험생들만 하는 게 아니다. 정권교체 시험에서 떨어진 야권도 재수의 길에 접어들었다.

재수생이 가장 먼저 할 일은 시험에 떨어진 원인을 면밀히 진단하는 것이다. 야권의 실패 원인을 놓고는 다양한 분석이 나온다. 단일화에 너무 매몰됐다느니, 선거 전략을 잘못 짰다느니 각종 분석이 구구하다. 모두 나름대로 일리가 있는 말일 것이다.

여기에 한 가지 덧붙여 보겠다. 대선 기간 나온 박근혜·문재인 두 후보의 텔레비전 및 신문 광고를 분석해 보았더니 흥미로운 대목이 있었다. 박 후보의 텔레비전 광고는 여섯 종류인 데 비해 문 후보는 무려 열여섯 종류나 됐다. 초점이 여러 가지로 분산됐다는 의미다. 게다가 민주당은 이미지 광고뿐 아니라 정책 광고에서도 ‘부정 광고’(이명박 정부의 정책실패 비판)에 치중했다. 그러면서 정작 자신들의 구체적인 미래 구상을 펼쳐보이는 ‘긍정 광고’는 별로 없었다. 부동층 공략을 위해 그다지 효과적인 광고 전략은 아니었던 듯싶다.

하지만 입시라는 것은 결코 몇 달 공부의 결과물이 아니다. 야권의 지난 5년간 내신 성적은 어땠는지, 지난 4월11일 치른 모의고사 성적은 어땠는지 등을 상기해볼 필요가 있다. 여기에 애초부터 불리하게 짜인 입시 구도 등을 고려하면 나름대로 성과를 거둔 편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5년 뒤 재수의 결과가 어찌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럼에도 몇 가지 희망을 걸어볼 대목들이 있다. 아니, 희망을 품어보고자 한다.

첫째, ‘진보 브랜드’를 재정립하는 데는 어차피 시간이 필요하다. ‘지각된 품질’(perceived quality)이란 말이 있다. 상품의 진짜 품질이 어떤가를 떠나 실제 소비자들이 어떻게 느끼느냐가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이 점에서 진보는 보수에 비해 훨씬 불리하다. 보수는 내용물은 그대로 둔 채 포장지만 바꿔도 잘 넘어가지만 진보는 그렇지 못하다. 이런 상황까지 염두에 두고 차근히 진보의 브랜드 자산 가치를 높이기 위한 방략을 짜야 한다.

둘째, 선수층이 두터워졌다. 사실 대통령 선거의 상당 부분은 인물 싸움이다. 그리고 18대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는 누가 뭐래도 강자였다. 오랜 세월 꾸준히 내신 관리를 해왔고, 경시대회에 출전할 때마다 탁월한 성적을 거두었다. 그러나 다음 대선에서는 여권에 그 정도 눈에 띄는 강자가 없다. 반면에 범야권에는 나름대로 잠재적인 경쟁력을 갖춘 인물이 적지 않다. 각자 열심히 실력을 쌓으면 해볼 만한 싸움이다.

셋째, 성적이 나쁜 ‘취약 과목’도 열심히 공부하면 점수를 끌어올릴 수 있다. 예를 들어 ‘수도권 50대’ 과목 같은 경우 한때는 야권이 매우 좋은 점수를 받은 적도 있었다. 물론 밤을 새워 공부해도 난공불락인 ‘영남 60대’ 같은 과목이 있기는 하다. 그렇지만 합격은 꼭 모든 과목에서 좋은 점수를 받지 않아도 가능하다.

대입 재수도 그렇지만 재수를 해서 합격은커녕 점수가 오히려 더 떨어질 수도 있다. 위에 열거한 낙관의 근거는 고스란히 비관의 근거도 된다. 첫째, 또다시 진보 브랜드를 재정립하지 못하고 5년을 허송세월할 수 있다. 둘째, 선수들이 잘하리라는 보장도 없다. 이번 대선에서 차기 주자로 거론되는 야당 지방자치단체장 지역에서 야권 표가 형편없이 나온 점은 유의할 대목이다. 셋째, 올해 점수가 높았던 과목(‘2030’ 과목 등)의 성적이 계속 좋을 것이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재수에 임하는 마음가짐이다. 그런데 벌써부터 민주통합당 안에서는 파열음이 요란하다. 그것도 원대한 목표 달성을 위한 ‘승화된 경쟁’이 아니라 당내 권력을 둘러싼 ‘찌질한 싸움’이다. 그런 식의 싸움으로 날을 지새워서는 재수를 백번 해도 싹이 노랗다. 제발 정신 차리라.

마지막으로, 가시밭길에 들어선 진짜 대입 재수생 여러분께 진심으로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그리고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 청춘의 희망은 무궁무진하다!

김종구 논설위원 kj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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