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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아침 햇발] 김정은의 ‘무한도전’과 누님 리더십 / 백기철

등록 2013-04-09 19:13수정 2013-04-10 15:53

백기철 논설위원
백기철 논설위원
북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계산은 지금까지는 얼추 맞아떨어지고 있다. 지난해 12월 광명성 3호 발사로 시작한 ‘막장 게임’이 벌써 4개월째다. 3차 핵실험에 이어 개성공단 중단까지 강수의 연속이다. 이 와중에 유엔 안보리 제재가 있었고 미국의 무력시위도 제법 사나웠다. 중국이 예상보다 세게 나온 게 좀 걸리지만 크게 보면 한반도에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데 성공했다.

취임 두 달째인 박근혜 대통령은 외교안보, 남북관계는 잘할 것 같다는 막연한 기대감 같은 걸 갖게 한다. 북핵 위기 상황에서 단호함과 자제력을 함께 보였다.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하면서 정상외교 경험을 쌓은 것도 자산이다. 그간의 인사 참사로 보면 내치를 잘할지는 미지수지만, 외치에서 어느 정도 만회하기를 기대해봄직도 하다.

북한과 미국·남한 양쪽이 앞으로 어떤 패를 더 보여줄지 속단하기 어렵다. 둘 다 생각보다 많이, 센 패들을 쓰긴 했다. 북한이 개성공단 중단에 이어 미사일을 쏘네 4차 핵실험을 하네 하는 걸 보면 더 호기로워 보이긴 한다. 그만큼 다급하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한반도를 둘러싼 어느 나라도 전쟁을 원치 않지만 어쩌다 보니 전쟁 위기 직전까지 내몰리는 역설적이고도 위태로운 상황이 돼버렸다.

남북의 국력 차이로 보나 개인 연령으로 보나 박근혜 대통령은 김정은 제1비서에게 누님뻘이다. 남북한의 체제 경쟁은 이미 끝이 났고, 북한은 너무 큰 격차에 낙담해 심술부리는 애꿎은 동생 같은 존재다. 괜히 잘못되면 초가삼간을 태워 먹을지도 모를 말썽꾸러기 악동이다. 동생이 아무리 말썽을 피워도 혈육의 관계, 민족의 관계는 끊을 수 없다. 동생이 용납할 수 있는 선을 넘어서면 따끔하게 버릇을 고쳐줄 필요도 있다. 그런 때에도 누님의 마음은 못난 동생에 대한 측은지심, 연민의 정일 것이다.

박근혜 김정은
박근혜 김정은

사실 김정은은 지금 대화를 하자고, 빨리 생존을 보장해달라고 큰 소리로 떠들고 있는지도 모른다. 웬만한 걸로는 들은 척들을 안 하니 목소리가 더 커지고 있다. 일단 일을 저질러 놓고 수습하면서 양껏 얻어보겠다는 계산이다. 이런 상황에선 밉지만 누님이 지는 척하면서 동생 계산에 맞춰주는 모습을 보이는 것도 방법이다. 김정은이 그간 꺼내놓은 패들을 하나씩 거둬들인다면 그에 상응하는 유화책을 단계적으로 제시하는 것도 고려해봄직하다. 공멸을 막기 위해 몸을 낮추는 건 자존심 상할 일이 아니라 용기 있고 지혜로운 일이다. 북한의 핵개발을 동결하는 선에서 다시 대화를 시작하고, 이후 비핵화, 북-미 수교, 평화협정 등 포괄적 해법을 찾아야 한다.

상황이 엄중할수록 지도자 간의 대화와 접촉은 필수적이다. 서로의 의중이 가감 없이 전달될 수 있는 통로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 공개든 비공개든 특사가 오갈 수 있는 상황을 조성해 나가는 게 급선무다. 상황을 근본적으로 타개하는 데는 지도자들의 합의와 결단이 가장 효과적이다.

백기철 논설위원

지금대로라면 김정은과 박근혜가 언제 만날 수 있을지 가늠하기조차 어렵다. 박근혜는 3년차인 2015년 정도까지가 남북정상회담의 대체적인 시한이고, 통치기반이 취약한 김정은은 선뜻 남북정상회담에 나서기 쉽지 않다. 2~3년 시한을 두고 차근차근 준비해 나가는 것도 방법이긴 하다. 달리 생각하면 남북정상회담이 꼭 과거의 패턴을 반복하란 법도 없다. 위기 상황에선 전혀 다른 접근법이 필요하다. 우선 만나서 논의를 시작할 수도 있다. 만남 자체가 최대의 위기 해소책이다. 민족의 위기 앞에서 두 지도자가 지혜로운 누님-동생 리더십을 발휘했으면 좋겠다.

kcbae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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