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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특파원 칼럼] 미국의 위험한 ‘아시아 재균형 정책’ / 박현

등록 2013-11-28 19:11수정 2013-12-03 19:11

박현 워싱턴특파원
박현 워싱턴특파원
중국의 동중국해 방공식별구역 선포와 미국 B-52 전략폭격기의 동중국해 비행으로 동북아 정세가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형국으로 가고 있다. 이번 사태는 직접적으로는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둘러싼 중-일 간 영유권 분쟁에서 빚어졌지만, 근본적으로는 미국의 아시아 귀환과 중국의 부상이라는 세계사적 지각 변동에 뿌리를 두고 있다.

집권 5년째를 맞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그의 외교안보팀은 지금 세계지도를 놓고 ‘거대한 체스 게임’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 외교·안보 정책의 중심을 중동에서 아시아로 옮기는 것이 그 핵심이다.

이란과의 핵협상은 이를 잘 보여준다. 오바마 대통령은 최근 잠정 타결한 이란 핵협상에서 중대한 결단을 내린 것으로 알려진다. 합의가 이뤄진 제네바엔 미국 국무부의 1~3인자(존 케리 장관, 윌리엄 번스 부장관, 웬디 셔먼 정무차관)가 모두 투입돼 있었지만, ‘상호 정의된 농축 프로그램’이라는 다소 모호하게 표현된 합의문의 문구는 오바마 대통령이 직접 검토했다고 한다. 이 문구가 바로 이란에 처음으로 우라늄 저농축을 허용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내용이다.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의 근간을 흔들 수도 있는 이런 결정은 오바마 대통령이 중동의 수렁에서 빠져나와 아시아로 발길을 옮기려는 대전략에서 나온 것일 수 있다.

미국의 아시아 회귀는 경제적 측면과 군사안보적 측면에서 필연적인 수순이다. 아시아가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50년에 52%로 지금의 갑절이 되리라고 아시아개발은행(ADB)은 예측한다. 반면에 미국은 셰일가스 개발에 힘입어 2016년이면 세계 최대 산유국으로 등극해 중동에 대한 에너지 의존도가 급속도로 낮아질 전망이다. 여기에다 미국의 패권에 도전할 수 있는 중국의 급부상은 냉전 이후 미국 외교가 직면한 가장 어려운 도전 과제로 등장했다. 오바마 행정부가 2011년 ‘아시아로의 중심축 이동’(Pivot to Asia)을 내세운 것은 이런 배경에서다.

중동과 유럽 동맹국들의 반발로 나중에 ‘아시아 재균형 정책’으로 명명된 이 정책은 그러나 지금 동북아에서 많은 문제를 노출하고 있다. 미국은 동북아 패권을 유지하려고 이 지역에 군사력을 증강하며 중국 포위 전략을 펴고 있다. 중국이 지난해 서로의 핵심 이익을 존중하자는 ‘신형대국관계론’을 주창하고 나선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더 큰 문제는 미국이 올해 들어 극우파 아베 신조 총리가 집권한 일본을 핵심 동반자로 선택했다는 점이다. 지난달 미-일 외교·국방장관 회의(2+2회의) 결과는 상당히 돌출적이었다. 미국이 일본에 미사일방어(MD)용 첨단 무기들을 대거 배치하고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옹호했기 때문이다. 중국의 일방적인 방공식별구역 선포는 이에 대한 대응일 수 있다. 요컨대 동북아에서 미국의 군사력 증강과 미-일 안보동맹의 강화가 중국의 반발을 부르며 지역 정세를 긴장 상태로 몰아넣고 있는 것이다.

이런 엄혹한 정세 속에서 한국 외교안보팀의 전략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 미·일과 중국 사이에 끼여 눈치보기만을 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우리는 20세기 격변기에 강대국들의 잇속 챙기기의 먹잇감이 된 아픈 역사를 갖고 있다. 1905년 가쓰라-태프트 밀약에서 미국은 필리핀을 얻는 대신 일본의 조선 지배를 묵인했다. 1951년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에선 미국은 일본을 전범국가에서 소련 봉쇄를 위한 동맹국가로 격상시키고 독도를 분쟁지대로 남겨놓았다. 그때와 지금 한국의 국력과 지위는 엄연히 다르다. 우리는 미국에 군사적 수단이 아닌 평화적 해법으로 동북아 질서를 유지할 것을 강하게 요구해야 한다.

박현 워싱턴특파원 hy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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