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귀영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 연구위원
올해는 박근혜 정부가 임기 2년차에 접어드는 해이자 지방선거가 있는 해다. 객관적 정세는 정부 여당에 유리해 보인다. 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50% 선에서 비교적 탄탄하게 유지되고 있고, 새누리당 지지율도 민주당보다 두배 이상 높다. 하지만 조금만 내부로 들어가 보면 이 우열 구도는 매우 불안정하다는 게 드러난다. 불통을 원칙으로 삼는 듯한 완고한 모습이나, 목소리 다른 국민들을 비정상으로 낙인찍는 대통령의 행태에 대해 적지 않은 국민들이 인내의 한계에 이른 듯하다. 5월 지방선거, 여론분석가의 시각에서 관전 포인트를 미리 점검해 본다.
첫째, 이번 지방선거는 지난 대선의 연장전 성격을 지닐 가능성이 높다. 국가기관의 대선개입이라는 엄중하기 짝이 없는 문제가 지난 일년 동안 줄기차게 제기되어왔다. 선거는 대통령에게 이 문제의 해결법을 묻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사실 임기 2년차 대통령에게 본격적으로 책임을 묻기는 쉽지 않다. 임기 2년차에는 대통령도 그동안의 시행착오를 거쳐 학습이 축적되고 국민들도 다시 한번 기대를 거는 경향이 있다. 새출발 모드가 되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한테는 이 새출발이 어렵다. 국가기관 대선개입 문제가 정권의 정당성을 위협하는 아킬레스건이었다면, 일찍이 적극적으로 해결에 나섰어야 했다. 하지만 이 정부는 지난 일년 동안 문제의 해결을 회피하거나, 심지어 방해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새출발을 마다하고 연장전을 자초한 것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신뢰와 통합, 복지와 경제민주화를 내세워 당선되었다. 하지만 당선 이후에는 스스로 다수 국민을 불신하고 국민과 갈등하는가 하면, 복지와 경제민주화는 잊은 지 오래인 것처럼 보인다. 지방선거는 국민들이 이 놀라운 변신 혹은 배신을 평가하는 장이 될 수 있다.
둘째, 때로 선거는 국민들의 요구와 욕망 또는 분노가 집약적으로 표출되는 폭발적 계기가 되기도 한다. 대체로 정치사회적 욕망이 억눌릴수록 선거라는 합법적 공간이 이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이번 선거 역시 그럴 가능성이 적지 않다. 억눌린 분노의 열기는 여론조사라는 건조한 도구로는 종종 포착되지 않는다. 2010년 지방선거에서 당시 여당의 압도적 우세를 예측하던 여론조사와 달리 야당이 압승을 거둔 것이 그 단적인 사례다.
문제는 분노의 방향이다. 민주주의의 시곗바늘을 되돌리고 있는 박근혜 정부 못지않게, 이를 견제하지 못하는 무능한 야당, 특히 민주당도 분노의 대상이기는 마찬가지다. 민주당은 새 정치를 내세운 안철수 신당의 등장으로 더 이상 반사이득을 기대하기도 어려워졌다. 국민들의 분노와 책임 추궁은 어느 쪽으로 향할까?
셋째, 민영화 저지를 내세운 철도파업을 계기로 그동안 정치를 외면하는 듯했던 국민들이 꿈틀대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당장 불안하고 고단한 삶을 살아야 하는 다수의 국민들에게 국정원 대선개입 논란과 같은 정치 이슈는 자신과 거리가 있어 보이는 문제다. 반면 철도나 의료 민영화 같은 문제는 자기 삶을 직접 위협할 수 있는 이슈이기에 투표 선택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크다. 마치 2010년 지방선거에서 무상급식 이슈가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지금까지, 지방선거 관전법에 대해 이야기해 보았다. 하지만 선거에서 중요한 것은 관전이 아니라 참전이다. 밤새 안녕들 하신지, 안타까이 서로 안부를 묻는 이 시대의 고단한 이들에게 지금의 야권세력은 참전이 아니라 관전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야당이 참전법을 찾지 못한다면 이번 선거에서 존재 자체를 위협받을지도 모른다. 이념을 떠나 그건 비극이다.
한귀영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 연구위원 hgy421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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