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야.
지난 12월8일 ‘붓다로살자’ 모임에서 “기쁨의 세월호”라는 주제로 조촐한 좌담회를 마련했었네. 사회를 맡았던 강영진 박사의 고민과 문제의식을 함께 공유하고자 내 방식으로 간추려 옮겨 보겠네.
“‘붓다로살자’ 특집 ‘기쁨의 세월호’라는 주제의 좌담회 사회를 부탁받고 고민스러웠다. ‘기쁨의 세월호’라니… 말이 되는 이야기인가. 지금 이 나라에서 세월호가 기쁨이 될 수 있는가. … 진상규명도 안 되고 책임지는 사람도 없고 사회가 달라지지도 않았는데….
좌담회에서 그에 대해 이야기할 시간이 모자랐다. 할 수 없이 나 홀로 길을 찾아 나섰다.
‘기쁨의 세월호’는 이미 이루어졌는가? 아니면 앞으로 그리되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건가? 만일 그렇다면 너무 싱겁다 …(‘물론 반드시 실현해야 하는’ 어려운 일이지만).”
강 박사는 두 가지 사례를 들고 있네.
하나는 조영래 변호사의 부천경찰서 성고문 변론 이야기이네.
“성고문 형사 문귀동에 대해… 정치권의 압력 탓인지 법원마저 기각해 버렸다. 그런 암담하고 분통터지는 상황인데도 조 변호사는 느닷없이 ‘놀라운 기적’ 이야기를 한다. … ‘놀라운 기적’이라니? 대체 그는 무엇을 기적으로 본 것일까. … ‘다시는 이 땅의 딸들이 자신과 같은 불행을 겪는 일이 없어지도록 하기 위하여, 국가 공권력에 의하여 인간의 존엄성이 이처럼 여지없이 짓밟히는 사태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고자….’
자신의 모든 실존이 짓이겨지는 처참한 상황 속에서도 진실을 밝히기 위해 고투하는 모습이야말로 ‘진정한 승리와 기적’이라는 의미의 변론이었다.”
다른 하나는 지난해 12월5일 열린 2차 민중궐기 이야기네.
“1차 집회와는 달리 ‘평화 집회가 이루어질 것인가’ 하는 것이 뜨거운 화제였다. … 수만명의 시민들이 청와대로 몰려가지 않고 백남기 선생의 쾌유를 빌며 행진하는 모습은 대단히 상징적이었다. 그중에서도 백미는 백남기 선생의 딸 백민주화의 인사말이었다. … ‘지금의 눈물은 슬픈 눈물이 아니라 이렇게 많은 분들이 이 추운 날씨에 함께해주시는 그 마음이 감격스러워 나오는 눈물입니다. … 사실 이렇게 많은 분들이 여기까지 오실 거라고 생각을 못했습니다. … 저는 나라에 대한 분노와 원망의 목소리를 많이 담고 나왔는데요. 제 앞에 있는 여러분들을 보는 지금 저는 ‘희망’이라는 단어밖에 생각이 나지 않습니다. 저보다 훨씬 어린 친구들도 많이 나와 있는 것을 보니 우리나라의 ‘희망’을 보는 것 같네요. 저희 아버지가 이 목소리를 그리고 이 한마음, 한뜻으로 모인 여러분들의 이 마음을 다 듣고 그 자리에서 일어나 직접 ‘감사’하다는 말씀을 하실 수 있도록 함께해주시길 … 감사합니다.’”
친구야.
조영래 변호사의 깊은 통찰력으로 읽어낸 ‘승리와 기적’의 변, 그리고 백민주화씨가 가슴에서 토해낸 ‘기쁨과 희망의 눈물’ 이야기가 가슴을 달구네.
그래! 지금은 세월호에 깃들어 있는 이미 이루어진 ‘승리와 기적’, ‘기쁨과 희망’을 구체적인 삶으로 심화시킴으로써 아이들에게 약속한 새로운 나, 새로운 한국 사회가 되도록 매진할 때라는 생각이 드네. 슬픔의 땅 안산에서 세월호의 ‘승리와 기적’, ‘기쁨과 희망’을 시민들의 가슴에 가득 차오르게 함으로써 안산이 희망의 땅으로 승화되도록 하면 분명 놀라운 기적이라고 할 것이네. 틀림없이 ‘가능할까’ 하는 의문이 들겠지만 사실 함께할 친구들이 의기투합하면 얼마든지 길을 열어갈 수 있다고 확신하네. 자네가 그 길을 열어주게나.
도법 인드라망생명공동체 상임대표
도법 인드라망생명공동체 상임대표
이슈세월호 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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