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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삶의 창] 21세기의 꿈, 세월호의 기적 (17) / 도법

등록 2016-03-25 19:18수정 2016-03-28 11:12

친구야.

깨어보니 새벽 3시이네. 무심히 세월호 기도단 주변을 거닐다 방으로 돌아와 책상 앞에 앉았네. 되짚어 보니 3년상을 치르는 마음으로 걸어왔는데 벌써 2주기가 낼모레이네. 여유있게 한다고 마음먹은 3년상도 눈앞에 와 있네. 그런데도 유족들의 한이 풀릴 기미는 보이지 않고 암울하네.

‘일은 뒤틀리고 시간은 벼랑 끝으로 몰리고 한은 가슴 가득 차오르고 아픔은 사무치고.’

저 비탄, 통탄, 한탄, 절망, 분노, 원망을 녹여낼 길은 어디에 있을까. 정부를 상대로 질타하고 압박하고 요구하는 것 말고 다른 길은 없을까.

의병들처럼 시민들이 나서서 한이 풀리는 세월호, 희망이 피어나는 안산을 만들어내는 것은 불가능할까. 만일 시민들이 그 길을 열면 유족들이 훨씬 더 감격스러워하지 않을까….

문득 지난해 12월5일 2차 민중총궐기 때의 장면이 떠올랐네. 거리엔 죽음의 문턱에 서 있는 백남기 선생과 그 가족들을 위해 기도하고 격려하는 시민들의 뜨거운 마음이 물결쳤네. 가족들은 시민들의 따뜻한 마음에 감격스러워하며 슬픔과 분노와 절망을 떨치고 기쁨의 눈물을 흘렸네. 나라의 주인이 대통령이 아니라 시민임을, 믿고 의지할 곳이 정부가 아니라 우리 자신임을 확인하며 그들은 가슴 벅차 올랐네.

절망을 넘어서는 희망도, 우리가 찾아야 할 해답도 그곳에 있었네. 세월호에 대한 해답도 그렇게 찾아가면 길이 열리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들었네.

친구야.

시간이 많지 않네. 해답의 물꼬를 트기 위한 실제적인 행동이 절실하네. 오늘은 구체적으로 그 화두를 던져볼까 하네.

분명 시민이 주인이고 해답도 시민의 손에 달려 있음이 확실하네. 하지만 문제는 어떻게 그 길을 열어갈 것인가이네. 진정 우리가 바라는 기쁨의 세월호, 희망의 안산 길을 열어가려면 누군가는 안산 현장으로 들어가 시민들의 마음이 움직이도록 정성을 다해야 하네.

첫째, 문제를 잘 풀어가려면 반드시 유족과 4·16연대가 걸어온 길에 함께해야 하네. 그 전제 아래 희망의 길 찾기에 충분히 공유·공감하며 어떤 부담도 없이 편안하게 함께할 수 있도록 해야 하네.

둘째, 누구를 탓하거나 원망하는 마음 없이 지극한 마음으로 안산시를 책임지고 있는 시장을 비롯한 모든 시민들과 만나고 대화해야 하네.

셋째, 2년 전 ‘잊지 않을게, 값지게 할게, 새로운 나와 대한민국이 되게 할게’ 하고 자신에게 약속했던 첫 마음으로 4·16 인권선언정신을 꽃피움으로써 새로운 나, 희망찬 안산이 되도록 하자고 간곡히 청해야 하네.

그 과정에서 우리의 바람대로 기쁨의 세월호, 희망의 안산이 만들어지면 틀림없이 유족과 시민 모두 기적이 일어났다며 서로 얼싸안고 환호하게 될 것이네.

어떤가. 한번 해볼 만하지 않은가.

친구야.

 도법 인드라망생명공동체 상임대표
도법 인드라망생명공동체 상임대표
더 중요한 것은 지리산 마고 할매의 마음, 빨치산으로 간 큰놈도, 토벌군으로 간 작은놈도 모두 내 새끼야 하고 품어 안은 어머니의 마음이네. 그 마음으로 오는 4월부터 3년상이 끝나는 날까지 매일 안산지역을 순례하며 시민들과 만나고 대화함으로써 안산 시민의 가슴에 잠들어 있는 세월호 첫 마음의 불씨를 활활 타오르게 해야 하네. 그리하여 백남기 선생의 가족들이 가슴 벅차 하며 기쁨과 희망의 눈물을 흘렸듯이 세월호 유족들과 시민들도 함께 기쁨과 희망의 눈물을 흘리며 환호했으면 하는 마음이네.

그 누구도 홀로는 불가능하네. 이제 시간도 기회도 더는 있지 않을 듯하네. 제발 자네가 나서 주었으면 하네.

도법 인드라망생명공동체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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