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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아침 햇발] 널뛰는 박근혜 외교에 골병드는 한국 경제

등록 2016-07-12 18:33수정 2016-07-13 17:06

지난해 9월2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한-중 정상회담 직후 청와대는 급히 보도자료를 만들어 배포했다. 시진핑 국가주석이 모두발언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저의 협력으로 현재 한-중 관계는 역대 최상의 우호관계로 발전했다”고 말했다는 내용이었다. ‘역대 최상의 우호관계’라는 발언은 언론의 시선을 끌었고 바로 온라인에서 주요하게 보도됐다. 그런데 몇 시간 뒤 청와대가 번역이 잘못됐다며 수정자료를 내놨다. 이 자료에선 시 주석의 발언이 “한-중 양국은 우호적인 이웃 국가”로 바뀌었다. 청와대의 의도적인 부풀리기였는지 아니면 단순 실수였는지 확인되지 않았지만 분명한 사실은 청와대가 ‘한-중 밀월 시대의 개막’을 널리 알리고 싶어했다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2015년 9월2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마친 뒤 오찬을 하고 있다. 베이징/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박근혜 대통령이 2015년 9월2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마친 뒤 오찬을 하고 있다. 베이징/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그러나 1년도 채 안 돼 상황이 극에서 극으로 돌변했다. 한국과 미국 정부가 사드를 주한미군에 배치하기로 결정하면서 한-중 관계가 ‘역대 최악의 갈등관계’로 치닫고 있다. 한국은 현실적으로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실리를 취하는 ‘균형 외교’를 펼쳐야 하는데 박근혜 정부는 ‘널뛰기 외교’를 반복하고 있다. 한번은 중국 편을, 다음번은 미국 편을 그것도 ‘화끈하게’ 들어주면서 통제 불능의 상황을 만들고 있다.

당장 무엇보다 경제가 걱정이다. 중국 정부와 언론이 정치·경제적 보복을 경고하고 있는 가운데, 중국 장화이자동차가 삼성에스디아이(SDI)가 생산한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의 생산을 중단했다는 소식이 11일 전해졌다. 산업통상자원부는 “확인 결과 사드 배치 발표 전에 발생한 사안”이라는 해명자료를 내놨으나, ‘마늘 파동’의 악몽을 기억하는 국내 기업들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2000년 6월 한국 정부는 국내 농가 보호를 위해 중국산 마늘의 관세율을 30%에서 315%로 올리는 세이프가드 조처를 발동했다. 중국은 보복으로 한국산 휴대폰과 폴리에틸렌 수입을 중단했다. 중국산 마늘 수입 규모는 연간 900만달러(약 100억원)였고, 휴대폰과 폴리에틸렌 수출 규모는 5억달러(약 6000억원)였다. 되로 주고 말로 받게 되자, 한국 정부는 한 달여 만에 세이프가드 조처를 철회했다. 백기를 든 것이다.

지금은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해 있어 직접적인 무역보복에 나서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하지만 비관세 장벽이나 반한감정을 동원해 우리 경제에 타격을 줄 수 있다. 특히 반한감정이 확산되면 수출과 관광산업이 직격탄을 맞게 된다. 반도체·휴대전화·자동차 등 주력 품목들의 수출 감소가 불가피해진다. 중국 관광객들이 발길을 돌리면 여행업뿐만 아니라 유통업과 화장품산업도 연쇄적으로 영향을 받는다.

마늘 파동이 있었던 16년 전과 달리 중국은 현재 한국 경제의 최대 파트너가 됐다. 지난해 한국의 중국 수출 의존도는 26%로 미국(13.3%), 유럽연합(9.1%), 일본(4.9%)을 다 합친 것과 맞먹는다. 중국 자금의 한국 채권 보유액은 18조원(18.4%)으로 전체 투자국 중 1위다. 지난해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의 45%가 중국인이다.

안재승 논설위원
안재승 논설위원
지금 한국 경제는 내수 침체와 수출 부진이 장기화하면서 저성장의 늪에 빠져 있다. 여기에 박근혜 정부가 사드 배치라는 대형 악재를 떠안긴 것이다. 참여정부 시절 새누리당은 노무현 대통령을 ‘경포대’(경제를 포기한 대통령)라고 비난했다. 지금 박 대통령을 두고 ‘경박대’(경제를 박살낸 대통령)라는 얘기가 나온다. 이대로 가면 진짜 경제가 박살날 수 있다. 박 대통령이야 자기 책임이라지만 국민들이 왜 고통받아야 하는가.

안재승 논설위원 js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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