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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이승욱의 증상과 정상] 누군가에겐 아름다운 비폭력!

등록 2016-10-09 17:31수정 2016-10-09 19:20

이승욱
닛부타의숲 정신분석클리닉 대표

2016년의 한국 사회에서 국가 폭력은 공권력이다. 공권력에 의한 국민의 죽음은 병사다.

법의 주인은 누구일까? 법을 어기는 자들이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법을 어기고도 벌 받지 않는 사람들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언제나 그랬다. 법을 어기고도 벌을 받지 않는 자들이 언제나 확고하게 법의 주인으로 살아왔다. 친일파들과 군사독재자들 그리고 2016년의 대한민국이 이것을 정확하게 증거하지 않는가.

이 더럽고도 비열하며 추잡한 행위를 한 치의 의심도 없이 정상이라고 우기는 법의 주인들이 장악한 대한민국은 두렵다. 더 두려운 것은 국가는 물론이고 이른바 지식인들이며, 조야의 정치인들도 앞다투어 폭력은 나쁘다고 말하고, 모든 항거 행위에 폭력은 거세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일이다. 흡사 자신이 품위있는 시민 의식을 양껏 탑재했다는 증거인 양 말이다. 그렇다면 왜 국가와 제도 폭력에 대해서는 그리도 관대하고, 허용적인가?

시위는 모두 철저하게 비폭력이어야 한다고 믿는 모든 이들에게 묻는다. 시민들의 폭력에는 이리도 엄격한 기준을 마련하고 그것을 지켜야 한다고 요구하면서, 왜 국가와 제도의 폭력에는 이리도 관대한가? 우리들의 ‘시민 의식’은 도대체 어떤 검열을 거쳤기에 이리도 고분고분하고 순응적인가? 이 시대 비폭력 주장은 누구에게 이득인가?

국가란 무엇인가? 가장 거대한 권력자로서 모든 이들의 외부 검열자이고 또한 우리 정신의 초자아다. 건강한 초자아는 자신의 욕구와 충동으로부터 스스로를 지켜준다. 욕구대로만 살겠다면 동물과 다름없으니 말이다. 하지만 비열하고 과장되었으며 무서운 초자아는 우리의 정신을 끝없이 검열하게 만들고 지속적으로 부자유하게 만든다.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고 얼마 되지 않아 몇 명의 방송 관계자와 식사를 한 적이 있다. 그중 한 명이 정부 비판적인 말을 했고, 말을 한 당사자는 자신도 흠칫 놀라 주변을 살피며 ‘어이, 말조심해야지. 요즘 같은 세상에’라고 한다. 옆에 있던 사람도 ‘그래, 조심해야 돼’라고 응수한다. 내부 검열자가 작동할 때 “사고하는 사람은 자신의 비판적 기능 또한 작동시키고 있다. 그는 떠오르는 생각들을 인지한 후 이러한 생각의 일부를 비판을 통해 거부하거나 즉시 중단시켜, 일단 시작된 사고의 흐름을 따르지 않는다.”(프로이트 <꿈의 해석> 중)

공권력이라는 이름으로 사람을 죽이고도 병사라고 조작하는 세상이다. 모두 입을 닫고 그 전에 이미 정신을 닫아버린다. 생각하기를 멈추고, 권력자들이 폭력은 나쁘다고 하니 “공산당이 싫어요”처럼, “폭력이 싫어요”를 외쳐야 한다고 믿는다. 비폭력은 옳다. 누가 뭐래도 옳다. 다만 폭력에 대한 엄한 징벌이 국가가 아니라 국가 폭력의 피해자들에게만 향한다는 것이 문제다.

법, 경찰, 군대, 돈, 정보 등등 국민이 가진 것에 비해 국가를 장악한 이들이 가진 것은 비교할 수 없이 많다. 그들이 사용할 수 있는 폭력의 양과 질 역시 도무지 감당할 수가 없다. 그리고 국가 폭력은 물대포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그들이 가진 제도와 권력을 제대로 사용하지 않을 때도 발생한다. 세월호에서 보듯, 공권력의 태만은 끔찍한 폭력이었다.

그러므로 폭력을 멈추라고 강제하는 것은 국민에 대한 모든 폭력의 시발점인 국가 폭력을 향할 때만 정당하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국가를 장악한 뒤 자신을 국가라고 칭하는 비열하고 추잡한 독재자들, 우리 정신의 억압자인 법의 주인들에게 비폭력을 외칠 때만 정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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