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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김이택 칼럼] 청와대의 ‘이상기류’

등록 2018-09-03 18:14수정 2018-09-04 11:05

김이택
논설위원

‘위기의 한국경제, 가계소득 높여야 산다’. <한겨레> 2014년 7월14일치 1면 머리기사 제목이다. 이날부터 다섯차례 이어진 ‘이제는 소득주도성장이다’ 시리즈는 일간지 중 처음으로 소득주도성장을 집중 조명했다. 이미 그 5일 전 최경환 당시 경제부총리 후보자 역시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소득이 가계로 흐르게 하는 게 중요하다”며 가계소득 확대를 통한 경제 활성화 구상을 밝혔다.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공감할 부분이 많다”고 긍정평가했다. 이어 최 부총리가 내수 진작 방안을 발표하자 다시 1면 머리로 ‘가계소득 늘리기 올인…내수 깨운다’고 대서특필하며 응원했다.

4년 만에 경제구조가 크게 달라졌을 리 없다. 대기업과 수출에 의존한 성장이 한계에 이르렀다는 건 보수-진보를 떠나 누구나 인정하는 바다. 임금(소득)주도성장은 국제노동기구(ILO) 등 국제기구들도 권장하는 공인된 정책이다. 최근 보수언론과 보수야당이 ‘기-승-전-소득주도성장 때리기’에 올인하는 건 ‘경제 논리’와 거리가 있다.

다만 소득주도성장이 옳아도 정책 추진 과정이나 방법이 잘못되면 성공하기 어렵다. 1일 청와대에서 열린 당·정·청 전원회의가 뒤늦게 ‘보완책 마련과 홍보 강화’ 방침을 밝힌 건 준비가 치밀하지 못했다는 자기고백이나 마찬가지다. 다소 큰 폭으로 오른 최저임금이 ‘소득주도성장’ 공격의 빌미가 된 지는 오래다. 지난해 처음 16.4% 올릴 때부터 최저임금 비판이 시작됐다. 보수언론들은 ‘최저임금 올라서 해외로 공장 옮긴다’며 발동을 걸었다. 올해 두번째 인상 뒤엔 불법체류자가 늘어난 것까지 최저임금 탓인 듯 ‘기-승-전-최저임금 때리기’ 총공세를 폈다. 경제부총리까지 여기에 코드 맞추듯 가세하면서 최저임금은 직격탄을 맞았다. 그런데도 청와대는 ‘김앤장 갈등’까지 다 겪고 난 뒤에야 장하성 정책실장이 뒷북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이철희 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28일 국회 운영위에서 정확하게 짚었다. “장하성 실장 기자간담회는 최소한 6개월 전에 했어야 했다. 최저임금이 소득주도성장의 일부에 불과하다면 다른 건 뭐가 있는지도 다 꺼내놨어야 했다.”

수도권 집값 폭등은 또다른 시한폭탄이다. 참여정부 때인 2006년 집값이 치솟았다. <한겨레>는 11월20일부터 시리즈로 ‘부동산 광풍’을 방치한 정부를 질타하며 ‘386 지지층도 등돌린다’고 썼다. 노무현 대통령이 진상 파악을 지시했고, 이후 디티아이(DTI) 엘티브이(LTV) 강화로 이어졌다. 노 대통령은 <성공과 좌절>에서 초기에 ‘유동성’을 잡지 못한 ‘실수’를 인정했다. 김수현 당시 사회정책비서관은 <노무현이 꿈꾼 나라>에서 좀더 솔직하게 ‘부동산 경기 부양에 대한 미련’ 때문에 실기했다고 시인했다. 최근의 부동산 폭등은 박원순 서울시장의 ‘통개발’ 발언이 기름을 부었지만 책임은 결국 문재인 정부 몫이다. 지금 청와대에서 집값 추이를 챙기는 사람은 사회수석, 12년 전 그 김수현이다. 1년 만에 임대주택 정책을 다시 손본다는데 어째 불안하다. ‘미련’ 탓이든 ‘실수’든 반복되면 ‘무능’ 딱지가 붙는다는 걸 알아야 한다.

문 대통령 지지율이 지난 주말 53%까지 떨어졌다. 대통령만 앞세워 놓고 참모들이 뒤에서 안주한 게 아니냐는 비판이 적잖다. 공약을 뒤집는 과정에서도 국민들과 소통하는 절차엔 인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통령 집무실에 상황판까지 설치하며 약속한 일자리 32만개 목표는 슬그머니 18만개로 줄었지만 성의있는 해명·사과는 보지 못했다.

교육문제는 좀더 심각하다. 대입정책은 사실상 공약과 반대로 가고 있는데 교육부 장관만 덜렁 경질해놓고 청와대는 시치미를 떼고 있다. 애초 치밀한 로드맵을 준비하지 못하고 교육관료를 장악하지도 못한 채 모든 걸 공론화에 내맡긴 김상곤 부총리 책임이 물론 크다. 그러나 ‘정무적 판단’을 앞세워 교육부를 흔들어놓고 뒤로 빠져 있는 청와대 참모진의 책임 역시 그에 못지않다. 한 시민단체 간부는 청와대 앞 항의시위까지 하는데도 누구 하나 만나자거나 설득하려는 사람이 없다는 데 더 분노했다. 정권 출범 1년여가 지난 뒤에야 교육비서관을 분리·신설한 것도 참 황당한 일이다.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친문 내부의 권력다툼이 드러나더니, 청와대에선 ‘일’보다 ‘자리’에 관심 많은 참모들 이름이 오르내린다. 다시 ‘왕수석’ 별명이 부활하고, 정책실장 후임 하마평이 벌써 나도는 건 우려할 일이다. 이런 이상기류에 청와대의 누구라도 경고등을 켜야 한다.

ri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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