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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편집국에서] 위기의 ‘문재인표 경제’ / 박현

등록 2018-09-16 17:53수정 2018-09-17 14:49

박현
콘텐츠2부문장

‘문재인표 경제’가 큰 곤경에 처했다. 고용 충격에 수도권 아파트값 폭등까지 겹쳐 총체적 위기에 빠진 형국이다. 도대체 어디에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먼저 현 정부의 경제팀은 디테일에 약했다. 정권 출범 직후인 지난해 7월15일 최저임금 16.4% 인상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것이 미칠 파장을 면밀하게 따져보지 않았다. 영세 자영업자 대책은 나중에야 만들어졌다. 아마도 개혁의 성과를 조속히 내고자 결정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8월2일 나온 부동산 대책도 마찬가지다. 정권 이양기를 틈타 지난해 6~7월 서울 강남과 주변 집값이 꿈틀대자 대책을 서둘러 내놨다. 그러나 참여정부 대책들의 종합판이라는 명성과 달리 그물망이 촘촘하지는 못했다. 양도세 중과를 무기로 다주택자들에게 집을 팔 것을 압박했으나 제도 유예 시한을 불과 6~7개월밖에 주지 않았다. 또 임대주택 등록의 세제 혜택을 신규 매입분에까지 줌으로써 투기에 악용되는 길을 열어줬다. 이는 올해 4월 제도 시행 이후 매물 잠김 현상을 초래해 결과적으로 집값 폭등의 기폭제로 작용했다.

위기 대응 시스템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서울 강북과 경기 일부 지역의 집값이 올해 7월 중순 이후 급등하기 시작했으나 9·13 대책이 나오기까지는 두달 가까이나 걸렸다. 그 사이에 이 지역 집값은 부동산 망국론이 일었던 2006년 이후 단기간에 가장 빠른 속도로 오르고 말았다. 이는 경제팀이 부동산 시장 상황을 제대로 모니터링하지 못했음을 방증하는 것이다. 지난해 8·2 대책 당시 청와대 인사가 “핵폭탄급을 터뜨린 이후 잔불이 남을 수 있으니, 플랜비(B) 상황까지 종합적으로 안을 갖고 준비하겠다”고 밝혔으나 플랜비는 사실상 없었던 셈이다.

‘세금 공포증’도 상황을 악화시켰다. 올해 1~2월 서울 강남과 주변 지역의 집값이 다시 불안해졌을 때 정부는 종합부동산세 인상 카드를 꺼내드는 듯했다. 그러나 정부는 7월6일 재정개혁특별위의 권고안에도 못 미치는 찔끔 인상안을 확정하고 말았다. 이는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던 투기꾼들에게 잘못된 신호를 보냈다. 9·13 대책에서 뒤늦게 종부세 정상화를 포함시켰으나 사후약방문이었다. 세금 공포증의 부작용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지난해 말 정부는 올해 예산안을 짜면서 증세 대신 강력한 세출 구조조정에 기댔다. 이는 경기가 꺾이는 국면에서 정부 지출을 감소시킴으로써 되레 경기 하강을 촉진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지금 민생과 민심은 또 한번의 실패를 용인할 만큼 여유롭지 못하다. 정부가 가장 신경써야 하는 것은 집값이다. 집값 대책이 지금까지 현상 유지를 목표로 했다면 이제부터는 최소한 최근 폭등한 가격을 떨어뜨리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할 것이다. 특히 전세와 월세 가격 상승으로 튀는 걸 차단해야 한다. 소득주도성장은 가계소득 증가와 생계비(주거비 등) 절감, 사회안전망 확충 세가지를 기둥으로 삼고 있는데, 주거비 급증은 소득주도성장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다.

또 세금 공포증에서 하루빨리 벗어나길 권한다. 우리나라의 불평등 구조는 미국과 달리 ‘상위 1% 대 하위 99%’라기보다는 ‘10% 대 90%’ 구도다. 상위 10%에서 세금을 거둬 하위층에 뿌려줘야 한다. 하위층은 적자가구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가진 돈을 다 쓰게 돼 있다. 이른바 한계소비성향이 높은 것이다. 이는 사회안전망을 강화할 뿐 아니라 경기 활력소가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고용 충격이 상당 부분 조선·자동차 등 주력 산업의 경쟁력 약화에서 비롯되고 있는 만큼 주력 산업의 경쟁력 강화 방안과 함께 신산업 육성책을 내놔야 한다. 신산업 육성은 부동산에 과도하게 쏠린 유동성을 빼내는 데도 역할을 할 것이다. hy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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