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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주주통신원의 눈] ‘산불’을 보는 주주의 마음 / 박봉우

등록 2019-04-24 16:53수정 2019-04-24 18:58

박봉우
강원대 생태조경디자인학과 명예교수

또 큰 산불이 났다. 1996년 4월 발생한 강원도 고성군 산불은 3일 만에 서울 여의도 크기의 13배 면적을 잿더미로 만들었다. 2000년에도, 2005년에도 같은 지역에서 큰 산불이 나서 수백만그루의 나무는 물론 천년문화유산도 잃었다. 그때마다 정부는 “종합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했지만 또 한번의 어처구니없는 산불이 발생한 오늘까지도 3년 전 발의된 소방관계법조차 국회에서 아직 잠자고 있다. 소방차 진입이 어려운 깊은 산속에서 밤낮으로 성난 불길과 목숨을 건 싸움을 하는 산림청 소속의 산불재난특수진화대원들이 모두 ‘비정규직’이라는 사실은 우리 사회가 산불을 대하는 수준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식목일을 공휴일로 정하고 나라의 모든 역량을 동원해 나무심기에 혈안이 된 시절이 있었다. 그렇게 수십년이 지났고 이제 어디를 가든 푸른 나무와 숲으로 가꿔졌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그리고 봄이 오면 또 “여의도 면적의 몇배가 불에 탔다”는 무미건조하고 의례적인 뉴스가 반복된다.

산불로 파괴된 생태가 복원되기까지는 야생동물은 최소 35년, 토양은 100년이 걸린다고 한다. 댐 혹은 하천 개수 사업은 100년 홍수주기를 고려해서 사업을 시행한다. 100년에 한번 올 수 있는 대형 수해를 고려하여 미리 방비하는 것이다. 그런데 산림 분야는 어떤가? 지난 20년의 경험으로 보아 충분한 대비가 필요한 것 아닐까? 나라 땅의 3분의 2가 산이고 그로 인해 126조원의 공익적 가치를 누리고 있다. 산불도 100년 앞을 보는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1992년 동료들과 우리 숲을 아끼는 일을 실천하자는 뜻으로 ‘㈔숲과문화연구회’를 만들었다. <한겨레> 주주나 시민들이 숲을 제대로 이해하자는 취지로 ‘문화공간 온’에서 강의도 했다. 한겨레신문사에 주주와 독자가 산이라면 그들이 보내주는 신뢰는 ‘나무’라 하겠다. 신뢰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며 한번 훼손되면 회복하기 힘들다. 이런 마음으로 산불에 대해 더 세심한 관심이 필요하다.

pakbw@kangwo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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