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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김이택 칼럼] 흔들리는 ‘장자연’ 진실, 주목되는 ‘윤석열 검찰’

등록 2019-07-08 18:22수정 2019-07-09 08:01

과거사위 발표를 ‘명백한 허위’라던 <조선일보>는 다른 언론을 비난하며 <한겨레>에도 민형사 소송을 걸었다.

진실이 왜곡되고 가해자와 피해자가 뒤바뀌지 않도록 위증·무고 수사라도 제대로 해야 한다.

‘윤석열 검찰’이 출범한다면 언론권력에도 당당하길 기대한다.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 연합뉴스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 연합뉴스

또 이 얘길 써야 하나, 내키지 않았다. 그런데 이러다 진실이 왜곡되고 가해자와 피해자가 뒤바뀔 수도 있겠다 싶었다. 검찰 과거사위원회의 장자연 사건 조사 결과에 “‘조선일보의 수사외압’ 발표는 명백한 허위”라던 <조선일보>는 이후에도 증인 윤지오씨의 행적을 시비하며 다른 언론을 비난하는 기사·칼럼을 여러차례 실었다. 방상훈 사장의 차남 방정오 전 <티브이조선> 대표는 <문화방송>과 <한국방송>에 이어 <한겨레>를 상대로도 민형사 소송을 걸어 수사가 진행 중이다. 시민단체·여성단체들이 ‘윤석열 청문회’를 앞두고 장자연 사건 재수사를 요구한 것도 조선일보의 이런 태도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조선일보가 ‘허위’라며 내세운 근거는 방상훈 사장이 사건과 무관한데 왜 외압을 행사하겠느냐는 논리다. 이 대목에서 동생 방용훈 코리아나호텔 사장, 차남 방정오 전 대표의 존재는 슬쩍 감춘다.

그러나 과거사위는 수사 책임자인 조현오 당시 경기경찰청장이 ‘협박’받은 사실을 구체적으로 기억하는데다 강희락 당시 경찰청장도 조선일보의 조사방해 사실을 진술한 걸 근거로 ‘외압’은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이들이 굳이 없는 얘기를 지어낼 이유가 있을까. 과거사위 판단이 더 설득력이 있다.

장자연 문건에 대해서도 조선일보는 장씨가 왜 자살했는지가 사건의 본질이라며 문건 유출을 우려하다 우울증이 심해진 때문이라는 취지로 보도했다. 소속사 분쟁을 부각한 것도 문건의 신빙성을 흔들려는 뜻으로 읽힌다.

반면 과거사위는 폭행과 협박 피해, 술접대 등 대부분 내용이 사실에 부합하기 때문에 문건이 신빙성이 있다고 봤다. 주변의 증언 등을 토대로 장씨가 방용훈 사장을 ‘조선일보 방 사장’으로 인식하고 문건에 그렇게 적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조선일보는 이미 ‘부실’ 판정을 받은 10년 전 검경 수사기록을 다시 끌어와 반박했다. 과거사위가 ‘본지의 명예를 먹칠하기 위해 일방적 진술을 사실인 듯 인용했다’고 했다.

그러나 2007년 10월 방용훈 사장과 여럿이 만나는 자리에 장씨를 동석시켰던 소속사 김종승 대표의 2008년 7월17일 일정표에는 ‘조선일보 사장 오찬’ 약속이 적혀 있었다. 문건에서 ‘조선일보 방 사장’이 잠자리를 요구했다는 2008년 9월로부터 2개월 전이다. 김 대표는 ‘사장’이 계열사 사장 ㅎ씨라고 주장했으나 그는 당일 다른 약속에 참석한 사실이 드러났다. 그러자 ‘약속했다 취소했다’고 말을 바꿨다. 주변 사람들에게 경찰에서 거짓진술을 하도록 부탁하는 등 문건의 ‘방 사장’이 ㅎ씨인 것처럼 오해하게 만들려고도 했다는 게 과거사위 발표다.

장씨가 우울증을 앓았다고 해서 없는 일을 지어낼 이유는 없다. 다른 건 다 사실대로 쓰면서 ‘방 사장’ 일가 대목만 사실과 다르게 썼을 리도 없다. 이런 상식적인 의문들이 풀리지 않는 한 ‘방 사장’ 일가에게 섣불리 면죄부를 줄 수는 없다.

문제는 검찰·경찰이다. 과거사위도 인정했듯이 엉터리 수사를 했다. 김 대표 진술에 미심쩍은 부분이 많은데도 제대로 확인조차 하지 않고 그냥 받아들였다. 검찰은 불기소장에 장씨가 ㅎ씨를 만난 것처럼 오해될 수 있게 적고, 2007년 10월 모임 대목에선 방용훈 사장 관련 내용은 쏙 빼놓았다. 당시 확보된 통화내역과 디지털포렌식 자료, 수첩 복사본 등이 모두 수사기록에서 사라졌다. 수사경찰과 검찰도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할 정도로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여러모로 은폐 조작의 냄새가 진동한다.

8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는 “강자 앞에 엎드리지 않았고 불의와 타협하지 않았다”고 했다. 실제 정치권력·자본권력 수사에서 빛나는 성과를 올린 건 온 국민이 기억한다. 다만 사법농단 사건에서 언론권력 수사엔 아쉬움이 남는다.

엉터리 수사의 ‘주홍글씨’가 이마에 선명한 검경이 납득할 만한 조처나 해명도 없이 장자연 사건 후속 수사까지 하고 있으니 영 미덥지가 않다. 김종승 대표의 위증은 검찰, 방정오 전 대표의 고소 사건은 경찰이 수사 중이다. 위증의 동기·배후와 무고의 경위라도 적극 수사한다면 진실의 일부나마 드러낼 수 있겠지만 의지가 안 보인다. ‘윤석열 검찰’이 출범한다면 억울한 죽음의 진실부터 제대로 파헤쳐 언론권력에도 당당한 모습을 보여주기 바란다.

김이택 논설위원 ri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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