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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택 칼럼] 검찰 수사, 이대로 총선까지 갈 ‘운세’?

등록 2020-01-27 17:25수정 2020-01-28 02:37

총선은 다가오는데 검찰 칼날은 여전히 임종석·백원우 등 대통령 분신들을 겨눈다.

절정을 향해 가는 하명 의혹 수사, 지금의 속도와 의지라면 선거판 뒤집지 말란 법도 없다.

‘경합지 뒤집어놓으려 출마 생각했었다’던 윤 총장, 새해엔 ‘정부 들이받을 운세’라는데…

지난해 7월26일 청와대 민정수석을 마치고 법무부 장관 내정설이 나오면서 곳곳에서 벌어지기 시작한 이른바 ‘조국 대전’이 벌써 6개월째다. 그사이 ‘조국 일가’는 모두 법정에 서고, 장관도 바뀌고, 검찰개혁 입법까지 끝났지만 전투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이제는 전선이 검찰 안에도 그어졌다. 설 연휴 직전 터진 ‘최강욱 기소’ 책임 공방에 이어 ‘하명 의혹 수사’ 처리를 놓고도 다시 격돌할 조짐이다. 청와대 겨냥 수사가 반년이나 이어지면서 청와대·법무부와 ‘윤석열 검찰’ 사이에 불신의 골이 깊게 파였다. 법리 논쟁에도 감정이 진하게 녹아들었다.

돌아보면 5개월 전 국회 청문회 일정에 덜컥 뛰어들어 ‘정치 수사’ 논란을 빚은 윤석열 검찰의 원죄가 적잖다. 요란한 출발과 대규모 수사 인력, ‘인디언 기우제’에 비유될 정도로 오래 파헤친 것치고 ‘조국 수사’의 결과는 빈약하다. 노아무개 병원장이 조 전 장관의 딸에게 준 장학금 600만원에까지 뇌물죄를 적용했지만 공소장은 엉성하다. 한 언론은 ‘인사 청탁의 단서를 잡았다’고 썼지만 공소장엔 눈 씻고 봐도 그런 내용은 없다. ‘민정수석 취임 축하 문자를 보내면서 자신이 병원장에 연임하게 된 사실을 언급’하고 ‘연구 인프라 확충을 역점사업으로 추진하면서 민정수석과의 관계 유지가 필요한 상황’에서 장학금 600만원을 딸에게 지급했다는 게 전부다. 뇌물죄의 기본인 구체적 청탁도 대가 관계도 없다. 권력형 범죄로 구색 맞추려 끼워 넣은 인상이 짙다.

이후 ‘유재수 수사’에 이어 울산에 묵혀뒀던 ‘하명 의혹 수사’까지 서울로 가져오면서 ‘개혁 주체’ 청와대를 직접 겨냥한다는 게 분명해졌다. ‘정권 건드렸다고 개혁으로 검찰 힘 빼나’. 20년간 검찰개혁 국면마다 검찰이 대형수사로 치고 나오며 써먹던 프레임을 눈 밝은 국민들은 단박에 알아차렸다.

검찰은 애초 찬성한다던 공수처법이 정말로 될 듯하자 ‘독소조항이 있다’며 반대 여론전에 나섰다. 국회 의견에 따르겠다던 수사권 조정법도 국회에 낸 의견서엔 ‘다 뜯어고치라’는 수정 요구를 잔뜩 담았다.

그럼에도 수사의 첫 단추부터 잘못 끼운 검찰의 원죄는 부메랑으로 돌아와 개혁 여론에 불을 질렀다. 법안들이 원안대로 통과됨으로써, 비 대신 역풍을 불러들인 ‘기우제 검찰’의 패배는 분명해졌다.

정부여당 역시 검찰개혁 입법은 이뤄냈지만 아직도 ‘고초’를 겪는 이들이 ‘조국 일가’ 외에도 여럿이다. 그사이 하락한 지지도는 더 치명적이다.

6개월의 소용돌이는 ‘환상의 조합’인 줄 착각해 ‘조국 장관-윤석열 총장’의 잘못된 만남을 밀어붙이면서 시작됐다. 책임은 물론 인사권자 몫이다. 사생결단으로 맞붙을 검찰개혁 전선의 양쪽에 나름 팬덤이 두터운 두 스타를 맞세워놓고 공조를 기대한 것부터가 잘못이다. 혁명보다 어렵다는 개혁 전선에 전사를 내보내면서 사전 검증도 소홀했다.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울 것’을 약속한 정부가 청춘들의 ‘공정’ 잣대가 그렇게 높아진 줄 미처 몰랐다. 이미 전직 대통령을 둘이나 단죄하며 검찰의 아이콘으로 떠오른 상대가 순순히 ‘개혁 편’이 돼줄 것으로 쉽게 믿은 것도 뼈아픈 실수다. ‘수사권은 검찰에, 인사권은 대통령·장관에게 있다’는 깨달음은 너무 늦었다. 지난해 요직을 독점하는 인사로 윤석열 사단에 날개를 달아줘놓고 6개월 만에 뒤집었다. ‘비정상의 정상화’라지만 제 얼굴에 침 뱉기다. ‘살아 있는 권력도 수사하라’ 해놓고 결국 한 입으로 두말한 모양이 됐다. ‘그 상황이 다시 와도 장관은 조국’이라는 대통령 최측근의 말에선 ‘성찰’ 대신 ‘오만함’이 묻어난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총선은 다가오는데 검찰 칼날은 여전히 임종석·백원우 등 대통령 분신들을 겨눈다.

좌천돼 지역을 전전할 무렵 윤석열 검사는 당시 야당으로부터 총선 출마를 권유받았다. “그때 (선거) 경합지역을 돌면서 뒤집어놓을까 하는 생각도 했었다”고 나중에 토로한 적이 있다. 와신상담 끝에 4년 만에, 이젠 검찰의 가장 높은 자리에서 정반대 상황을 맞았다. 수사로 선거판 뒤집어놓겠다고 마음먹으면 그렇게 할 수도 있는 위치다. 절정을 향해 가는 하명 의혹 수사, 지금의 속도와 의지라면 선거판 뒤집지 말란 법도 없다. 지난해 한 유명 역술인은 언론에 ‘윤 총장, 내년 정부 들이받을 운세’라고 썼다. 혹 이번 수사로? 설마 그럴 리야.

김이택 논설위원 ri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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