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마스크 매점매석 / 안재승

등록 2020-02-03 17:28수정 2020-02-04 02:09

조선시대 후기 실학자 연암 박지원이 쓴 풍자소설 <허생전>에 ‘매점매석’이 나온다.

남산 밑 묵적골에 사는 허생원은 한양에서 제일가는 부자 변씨에게 일만냥을 빌려 삼남의 요충인 안성으로 가 대추·밤·감·배·석류·귤·유자 등 과일을 시세의 두배로 주고 사들였다. 오래지 않아 나라 안의 과일이란 과일이 모두 바닥이 나 대신들이 제사상도 차리리 못할 형편이 되자, 허생원은 곳간에 쌓아둔 과일을 열배 이상의 값으로 내다팔았다. 허생원은 그 돈을 가지고 제주도로 건너가 망건의 재료인 말총을 사들였는데, 이번엔 망건값이 10배나 치솟아 백만냥을 모았다.

빌린 돈을 갚기 위해 찾아온 허생원에게 변씨가 비결을 묻자, 허생원은 조선은 외국과 무역을 하지 않고 물류가 낙후해 매점매석이 가능했다고 설명하면서 “그러나 이것은 백성들을 못살게 하는 방법으로, 나랏일을 맡은 관리가 이런 방법을 쓰면 나라가 곧 병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허생원 자신도 매점매석이 잘못이라는 걸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나마 허생원은 번 돈으로 도둑들을 외딴섬으로 데려가 자립하게 하고 가난한 백성들을 구제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이 확산되면서 몇몇 유통업자가 마스크를 매점매석해 가격이 10배 이상 폭등하는 일이 벌어지고, 약국과 편의점에서는 품절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가 ‘마스크 및 손 소독제 매점매석 행위 금지 고시’를 6일 공포하기로 했다. 이를 어기면 2년 이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린다. 그동안 매점매석 금지 고시는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석유, 2014년 담뱃값 인상 때 담배를 대상으로 발효된 적이 있다. 정부는 그래도 수급이 안정되지 않으면 생산·출고·유통·수출입 전반을 직접 관리하는 ‘긴급수급 조정조치’를 단행할 방침이다. 긴급수급 조정조치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시행된 적이 없다.

신종 코로나는 아직까지 백신도 없고 치료제도 개발되지 않았다. 마스크 쓰기와 손씻기가 유일한 예방법이다. 마스크 매점매석은 국민 생명을 위협하는 범죄행위다. 모두가 힘들어하는 상황에서 제 뱃속만 채우는 것은 사람의 도리가 아니다.

안재승 논설위원 jsahn@hani.co.kr

▶관련기사:경찰 “마스크 매점매석 심각하면 고발 받아 수사할 것”

▶관련기사:손끝까지 꼼꼼히, 마스크 철벽…‘셀프 방역’이 가장 확실한 방역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많이 보는 기사

이성 잃은 비상계엄, 국민에 대한 반역이다 [사설] 1.

이성 잃은 비상계엄, 국민에 대한 반역이다 [사설]

[사설] 특활비·예비비 공개·축소하고, 여야 예산안 합의하라 2.

[사설] 특활비·예비비 공개·축소하고, 여야 예산안 합의하라

감액예산 극한 대립…누구의 잘못에서 시작했나? [12월3일 뉴스뷰리핑] 3.

감액예산 극한 대립…누구의 잘못에서 시작했나? [12월3일 뉴스뷰리핑]

‘김건희 수렁’ 이토록 몰염치한 집권세력 4.

‘김건희 수렁’ 이토록 몰염치한 집권세력

인간 유전자 수, 아직 말할 수 없다 [오철우의 과학풍경] 5.

인간 유전자 수, 아직 말할 수 없다 [오철우의 과학풍경]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