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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총·‘균’·쇠, 그리고 코로나‘바이러스’ / 김이택

등록 2020-02-04 18:16수정 2020-02-05 09:34

로마가 유럽과 아시아·북아프리카에 걸친 대제국을 형성했던 서기 165년. 제국 안에서 ‘안토니누스병’이 유행하면서 15년 동안 수백만명이 숨졌다. 19세기에 종두법에 의한 백신이 개발될 때까지 인류를 공포에 떨게 했던 천연두였다. ‘호환·마마보다 무섭다’고 할 때의 바로 그 ‘마마’다. 이집트 미라에서 발견된 마마 자국으로 미뤄 기원전 1600년께부터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중세 유럽을 뒤흔든 흑사병(‘유스티니아누스병’)은 중국과 유럽을 잇는 비단길을 따라 중앙아시아에서 옮겨왔다. 벼룩이 우글거리는 모피가 세균의 이동경로가 됐다.

1520년 스페인령 쿠바에서 감염된 노예가 아즈텍 제국에 도착하면서 퍼진 천연두는 인구의 절반을 몰살시켰다. 2천만명에 이르던 인구가 1618년엔 160만명으로 줄었다. 잉카제국을 비롯한 당시 남북아메리카 원주민들을 떼죽음으로 몰아넣은 것은 구대륙의 유럽인들이 퍼뜨린 천연두·홍역 등 질병의 세균이었다.(재러드 다이아몬드 <총·균·쇠>)

생리학자이자 진화생물학자이기도 한 재러드 다이아몬드 캘리포니아주립대 교수는 2차 세계대전에 이르기까지 전시에 사망한 사람들 중에는 전투 중 부상으로 죽은 사람보다 전쟁으로 발생한 세균에 희생된 사람이 더 많았다고 분석한다.

천연두·흑사병·콜레라·결핵 등이 세균(박테리아)으로 인한 감염병이라면 독감이나 메르스, 사스 같은 호흡기 질병은 물론 에이즈·간염·식중독 등은 모두 바이러스가 원인인 질병이다. 세균은 단세포생물로 혼자 살아갈 수 있으나 바이러스는 숙주가 되는 생물이 있어야 증식하며 살 수 있다. 크기도 바이러스는 세균의 수백분의 1 정도에 불과해 20세기에 들어와서야 발견됐다.

이 가운데 ‘코로나바이러스’는 1930년대 닭에서 처음 확인된 뒤 1960년대 들어 사람에게서 발견됐다. 확인된 7종류 가운데 4종은 감기와 비슷한 가벼운 증상만 일으킨다. 나머지 3종이 바로 사스 코로나바이러스와 메르스 코로나바이러스, 그리고 이번에 중국 우한에서 확인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다. 독한 바이러스라도 마스크 잘 쓰고 손 제대로 씻으면 충분히 막을 수 있다고 한다. 쫄지 말자. 김이택 논설위원 ri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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