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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성한용 칼럼] 비례대표제가 정치를 살릴 것이다

등록 2020-04-13 19:52수정 2020-04-14 02:41

근본적인 해법은 비례대표 의석을 늘려 비례성을 높이는 것이다.

비례성이 높아져야 다당제가 정착하고 다당제가 정착해야 거대 양당의 적대적 공생 구조가 깨진다.

양당 체제로는 정치가 한 발짝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4·15 총선 지역구 선거와 비례대표 선거 투표용지
4·15 총선 지역구 선거와 비례대표 선거 투표용지

21대 국회의원 총선거 비례대표 투표용지 맨 위 칸은 기호 3번 민생당이다. 사전투표를 하면서 지역구 투표에서 맨 위 칸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찍고 비례대표도 자연스럽게 맨 위 칸을 찍은 사람들이 있다고 한다.

아파트와 마찬가지로 투표용지 위 칸은 프리미엄이다. 기호 12번으로 열번째 칸에 자리잡은 열린민주당이나 그 아래 군소 정당들은 손해를 본다.

비례대표 투표용지에 기호 1번과 기호 2번 정당이 아예 없는 선거는 비정상이다. 더불어시민당과 열린민주당이 “문재인 대통령과 우리가 더 가깝다”고 싸우는 모습도 비정상이다.

선거가 끝나면 선거법을 고쳐야 한다.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는 선거에서 이기면 선거제도를 과거로 되돌리겠다고 했다. 그래서는 안 되지만 그럴 리도 없다. 황교안 대표에게 기대할 일은 아니다.

어떻게 고쳐야 할까? 비례대표를 아예 없애자는 주장이 있다. 비례대표제와 다당제는 대통령제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이 논거다. 대통령제 국가인 미국은 비례대표가 없다는 것이다.

요설이다. 우리나라는 미국이 아니다. 미국은 200년 이상 양당 체제였다. 독특한 승자독식 문화 때문이다. 최근에는 승자독식 문화에 정보화 시대의 부작용인 확증편향이 더해지면서 정치 시스템 자체가 무너져 내리고 있다. 망해가는 나라를 따라가면 안 된다.

우리나라는 다당제 국가다. 1987년 대통령 직선제 개헌 이후 여덟차례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1·2당이 아닌 국회 교섭단체가 네차례 등장했다. 13대 통일민주당과 신민주공화당, 14대 통일국민당, 15대 자유민주연합, 20대 국민의당이 교섭단체를 구성했다. 16·17·18·19대에도 1·2당이 아니면서 10석 이상 정당이 꼭 출현했다.

2015년 2월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제안한 권역별 비례대표제는 정당 지지도와 의석 점유율의 불비례성을 극복하기 위한 정치 기획이었다. 시·도 단위로 지역구와 비례대표 동시 입후보를 허용해 각 정당이 열세지역에서도 의석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었다. 그대로 했으면 위성정당이 생기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중앙선관위의 제안은 한계를 안고 있었다. 의원 정수를 300명에 묶고 지역구를 200석으로 줄이자고 했기 때문이다. 과감하게 비례대표 100석을 늘려서 ‘지역구 250 비례대표 150’ 정도로 제안했더라면 좋았을 것이다.

정당 지지도와 의석 점유율의 불비례성을 보정하기 위한 비례대표 의석이 47석으로 꽁꽁 묶이면서 연동형은 준연동형으로 바뀌었다. 30석 ‘캡’까지 씌워졌다. 연동형 캡은 21대 총선에만 적용하도록 부칙에 포함되어 있다. 현행 선거법으로 22대 총선을 치르면 거대 양당의 비례 위성정당 창당 욕구를 막기가 더 어려워진다.

어떻게 해야 할까?

가장 쉬운 방안은 지역구와 비례대표 후보를 다 내도록 강제하는 것이다. 비례대표 투표용지에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이 들어가면 위성정당을 만들기 어렵게 된다. 군소정당에 지역구 후보를 1명 이상 반드시 내도록 하는 것도 그리 야박한 처사는 아니다.

2015년 중앙선관위 제안처럼 지역구와 비례대표 동시 입후보를 허용하는 방안도 있다. 이중등록제와 석패율제를 도입하면 거대 양당이 위성정당을 만들지 않을 가능성이 훨씬 커진다.

더 근본적인 해법은 비례대표 의석을 늘려 비례성을 높이는 것이다. 비례성이 높아져야 다당제가 정착하고 다당제가 정착해야 거대 양당의 적대적 공생 구조가 깨진다.

2004년 17대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은 152석 과반 의석을 차지했지만, 국가보안법 폐지 등 4대 개혁 입법에 실패했다. 2008년 18대 총선에서 153석을 차지한 한나라당이나 2012년 19대 총선에서 152석을 차지한 새누리당도 마찬가지였다. 양당 체제로는 정치가 한발짝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비례대표제는 박정희 정권의 국가재건최고회의가 1963년 ‘후보자 난립의 폐’와 ‘지연·혈연의 폐’를 방지한다는 명분으로 처음 도입했다. 그 뒤 지역구 의석은 계속 늘었지만 비례대표는 계속 줄었다. 의원 정수가 300명으로 묶였기 때문이다. 이제 풀어야 한다.

비례대표는 정치 경험이 부족한 전문가들을 정치에 입문시키는 창구 구실도 했다. 노태우 이회창 이명박 유승민 나경원 심상정 노회찬 등 거물급 정치인들이 비례대표 출신이다. 비례대표제가 정치의 희망이다.

성한용 ㅣ 정치부 선임기자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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