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복경 ㅣ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연구원
(이 글이 <한겨레> 디지털 뉴스로 먼저 발행되고 반나절 지나서 재난지원금 100% 지급안이 당·정 간에 합의되었다고 알려졌다. 주장의 시효는 다했지만 사안의 성격에 대한 의견이라 생각해주시면 좋겠다.)
21대 총선 투표일이 일주일 전이었다. 180석이라는 결과에 모두가 놀랐지만, 아마 집권당 지도부가 가장 놀라지 않았을까 싶다. 예측을 하고 있었다 해도 기대와 현실은 다른 법이다. 4400만 선거권자가 지켜보고 2900만 투표자가 참여했던 21대 총선 후 첫 고지서가 도착했다. 재난지원금이다.
애초 정부와 집권당은 70% 지급안에 합의했고 정부는 추가경정예산안을 만들었다. 그런데 선거 과정에서 20대 국회 원내 제1당과 제2당이 한목소리로 100% 지급안을 주장했고, 여론의 지지를 얻었다. 선거 후 미래통합당이 입장을 바꿔버렸고, 현재 집권당은 미래통합당과 70% 지급안을 고수하는 정부 양쪽과 갈등을 벌이고 있는 것처럼 비친다. ‘100% 지급안을 고수하지 말고 정부안을 수용하자’는 집권당 내부에서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 사안은 ‘코로나19 이후 정부 정책 패러다임이 어떻게 전환되어야 하는가’라는 측면과 ‘21대 총선 이후 정치가 어떻게 가야 하는가’라는, 서로 연계되어 있지만 상이한 두 가지 맥락 위에 놓여 있다. 전자의 측면에서의 고민은 우리나라만이 아니라 세계가 함께 공유하는 문제다. 미국, 일본, 독일, 프랑스, 홍콩, 싱가포르 등에서 ‘코로나19’ 이후 현금 직접 지원 정책이 이미 시행되고 있고, 나라마다 전 국민 지원과 타격이 더 큰 부문에 대한 타깃화된 지원을 두고 고민이 깊다. 국내에서도 다양한 입장이 개진되고 있으며, 앞으로도 미증유의 사태가 지속될 것이기 때문에 열린 논쟁이 필요하다. 이런 측면에서 기획재정부를 중심으로 한 정부의 입장 역시 경청될 필요가 있다. 코로나19 이후 정부 정책 대응에서 재난지원금은 사회안전망 정책, 조세정책, 금융정책 등의 종합적인 정책 패키지를 구성하는 한 부분이며, 정부의 재정은 앞으로 전개될 포괄적인 정책 관점에서 운영되어야 한다는 주장은 일리가 있다.
그러나 ‘당장 100% 지급’ 문제는 정책의 연속성이나 종합적 재정 운용 문제와는 분리되어 결정되어야 한다. 이건 정책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또한 언제 끝날지 모를 이 재난 상황을 계속 이끌어가야 할 정부와 집권당에 대한 신뢰를 가늠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중요하다. ‘입장을 바꾼 무책임한 야당 때문에’ ‘입장을 고수하는 경제관료 때문에’라는 핑계가 통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21대 국회 집권당의 의석은 180석이지만 지금은 20대 국회이고, 현재 집권당 의석은 128석밖에 안 된다’는 현실론 역시 통하지 않는다. 어떤 과정을 통해서든 집권당은 선거 과정에서 ‘약속을 했고’, 청와대와 정부와 집권당은 이를 지키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야 한다.
일주일 전 시민들의 선택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다급함’과 ‘절박함’이었다. 대안 없는 제1야당이 정신 차리길 기다릴 만큼 여유가 없었기 때문에 집권당에 180석의 무게를 얹은 것이다. 미래통합당이 선거 끝나고 딴소리를 해도 시민들은 별로 놀라거나 분노하지 않는다. 기대 자체가 없기 때문이다. 반대로 집권당에는 감당하기에 버거워 보이는 기대가 얹혀 있다. 이 미증유의 사태 속에서도 우리는 살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청와대 따로, 경제부총리 따로, 집권당 따로, 혹은 집권당 내 의원들마다 언론에 대고 자기 입장을 이야기하는 걸 들어줄 만큼 인내가 충분하지 않다. 현재 정부안 70%에서 100%로 지급 범위를 확대할 때 더 필요한 재정은 3조원이라고 한다. 3조원을 국채를 발행해 조달하든 세출을 조정해 조달하든 그건 알아서 하시라. 다만 500조원이 넘는 정부재정 가운데 3조원 때문에 약속 이행을 할 수 없다는 주장을, 재난 와중에 66.2%의 기록적인 투표율을 기록한 시민들이 받아들일 수는 없다는 점은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