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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세상읽기] 소득세를 올립시다 / 이강국

등록 2020-07-27 16:36수정 2020-07-28 14:28

이강국 ㅣ 리쓰메이칸대 경제학부 교수

열심히 일해서 월급을 받는 당신은 정부가 세금을 떼가는 것이 싫을 것이다. 그래서 정부도 세금 올리는 일에는 극히 조심스럽다. 그런 정부가 소득 10억원 이상 구간의 소득세 최고세율을 42%에서 45%로 올리는 것을 포함한 세법개정안을 내놓았다. 세입 기반을 약화시키는 감세 조치들도 포함되어 있지만 어떻든 소득 기준으로 상위 0.05%, 1만1천명에 해당되는 핀셋증세다.

이에 대해 이제 선진국들 중에서도 소득세가 높다며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다. 전가의 보도와 같은 비판은 높은 세금이 열심히 일할 의욕을 떨어뜨려 경제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 정도 세금으로 경제활동이 저해된다는 증거는 희박하다. 최근의 경제학 연구들은 최고소득구간의 세수를 극대화하는 최적의 소득세 최고세율을 추정한다. 이는 세율이 오를 때 고소득자들이 노동을 줄이거나 탈세하는 것을 통해 과세대상소득이 얼마나 줄어드는지 보여주는 탄력성에 달려 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다이아몬드 교수와 버클리대의 사에즈 교수는 여러 연구에 기초하여 모든 세금을 포함한 최적의 최고세율이 70%가 넘을 것이라 보고한다. 물론 학계에 논쟁이 존재하지만 높은 소득세에 반대하는 경제학적 근거는 약하다.

역사적으로 미국의 소득세 최고세율은 2차대전 이후 1970년대까지 70~90%로 높았고 80년대 이후 보수정치의 득세와 함께 크게 낮아졌다. 그러나 약속과 달리 감세 이후 성장은 둔화되었고 불평등은 심화되었다. 이제 민주당의 진보적 정치인들은 70%의 소득세 최고세율을 공약으로 제시하고 있다. 한국도 1970년대 말에는 70%, 80년대에는 55%에 달했다.

또 다른 비판은 부자들은 이미 세금을 많이 내고 있는데 증세로 부담이 더 커진다는 것이다. 온갖 공제가 존재하니 현실의 소득세 부담은 총급여에서 실제 내는 세금의 비율인 근로소득세 실효세율로 계산해야 한다. 이는 2017년 전체 납세자 평균이 5.5%로 법정 소득세율보다 훨씬 낮고 국제적으로도 낮다. 평균소득의 250%인 고소득층도 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의 절반 수준이며 평균소득 계층은 3분의 1에 불과하다.

하지만 국내만 고려하면 최상위 부자들의 소득세 부담이 상대적으로 큰 것이 사실이다. 2017년 근로소득 기준 상위 0.1% 집단은 평균 총급여가 약 8억원이고 평균 근로소득세 실효세율이 30.6%로 높다. 상위 1% 집단은 평균 총급여가 약 2억6천만원, 평균 실효세율이 23.8%이고, 상위 1%에 들어가는 경계의 총급여는 약 1억5천만원, 실효세율은 16.3%다.

반면 최상위를 제외하면 고소득층조차 소득세를 너무 적게 낸다. 상위 10%의 경계는 총급여가 약 7400만원인데 근로소득세 실효세율이 5.8%이고, 상위 20% 경계는 총급여가 약 5300만원인데 실효세율은 고작 3.4%다. 더 아래로 내려가면 소득세가 거의 없으며 면세자 비율이 2018년에도 39%에 이른다.

그렇다 보니 소득상위 1%나 10%가 전체 소득세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소득집중도를 고려해도 다른 나라들보다 높다. 또한 2017년 국내총생산 대비 한국의 개인소득세 비중은 4.8%로 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 8.3%보다 크게 낮다. 결국 유리지갑이라며 세금 떼가는 것에 화를 내지만 한국인들은 연봉 몇억을 버는 이를 제외하면 소득세를 정말 적게 내고 있는 것이다.

코로나19의 충격이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상황에서 소득세 최고세율 인상은 필요하며 경제에 악영향을 주지도 않을 것이다. 실제로 최근 몇년간 이자소득이나 배당소득과 같은 종합소득의 최상위 소득집중도가 높아져 통합소득 상위 0.1%의 소득이 중위소득자의 60배를 넘는 게 현실이다. 하지만 공평하고 정의로운 과세를 위해 중요한 것은 상위 20~30%의 중상위층을 포함한 더 많은 이들이 소득세를 더 부담하는 일이다. 조세재정연구원의 연구는 상위와 그 아래 구간들의 소득세를 함께 인상하는 것이 불평등 개선과 세수 증가에 더욱 효과적이라 보고한다.

불황의 한복판에서는 무리겠지만 경기가 회복되면 재정지출 증가와 소득재분배를 위해 증세 논의를 시작해야 할 것이다. 세율이 낮은 부가가치세 인상 논의와 함께 각종 공제를 줄여 최상위뿐 아니라 중상위층의 소득세 실효세율을 높이는 노력이 꼭 필요하다. 문제는 이를 주장하는 정치가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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