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맨 오른쪽)이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1차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홍 부총리는 “9억원 이상 고가주택 매매 자금 출처 의심 거래를 상시 조사하고 결과를 주기적으로 공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기획재정부 제공
정부가 발표한 ‘8·4 주택공급대책’에서 신규 택지로 지정된 지역의 여당 국회의원과 자치단체장들이 주거 환경 악화 등을 이유로 지정 해제·축소를 공개적으로 요구하고 나섰다. 공공주택을 늘려 서민의 주거 안정을 꾀하겠다는 정부 정책이 발표되자마자 여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들이 지역구 이해를 앞세워 정면으로 반대하는 행태는 한심하기 짝이 없다. 정부·여당 스스로 주택정책에 대한 불만과 불신을 더 부추기는 꼴이다.
신규 택지가 포함된 서울 마포구, 노원구, 경기 과천시의 단체장들은 4일 일제히 택지 지정에 반대 입장을 발표했다. 모두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소속 단체장들이다. 오승록 노원구청장은 “부지의 50%를 공원화해 주민에게 돌려달라”고 주장했다. 김종천 과천시장은 “정부과천청사는 시민들이 숨 쉴 수 있는 공간”이라며, 유동균 마포구청장은 “4차 산업 거점으로 개발해야 한다”며 지정 철회를 요구했다. 해당 지역 국회의원들도 마찬가지다. 마포구가 지역구인 정청래 의원은 4일 페이스북에 “상암동은 이미 임대 비율이 47%에 이르는데 또 임대주택을 지어야 하나”라고 썼다. 노원구의 고용진·우원식·김성환 의원은 일찌감치 “택지화 반대” 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
해당 지역 주민들이 추가적인 주택 공급으로 교통·교육 등 주거 환경 악화를 우려하는 것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태릉골프장의 경우 정부 대책 발표 때 철도·도로·대중교통 등 광역교통 개선안을 내놓았다.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당정과 지방정부가 협의해 주민 편익을 높일 합리적인 방안을 찾아 제시하고 주민들을 설득하는 게 공직자들이 할 일이다. 말로는 공공주택을 늘려야 한다면서 ‘내 지역은 안 된다’는 이중적 행태는 볼썽사납다.
공공임대주택 확대는 이 정부의 국정과제이자 서민 주거 안정 정책의 핵심이다. 이번에 정부가 지정한 신규 택지는 모두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소유로, 이미 공공임대를 의무적으로 35% 이상 짓게 돼 있다. 정부는 여기에 공공분양 물량을 포함해 최소한 60% 이상을 공공주택으로 공급할 계획이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2025년까지 전체 임차가구 중 25%가 공공임대주택에 거주하는 토대를 만들겠다”는 목표도 내놓았다.
이젠 공공임대의 양적 확대와 더불어 질적 개선이 필요하다. ‘작고 질 낮은 주택’에서 벗어나, 다양한 규모로 양질의 임대주택을 공급해야 한다. 입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동시에 지역 주민들의 불만을 해소하는 길이기도 하다.